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11일까지 김 위원장의 행적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이날 갖가지 추측들이 나돌았지만 김 위원장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단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던 '상하이행(行)'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에 들어온 수행단 중 일부가 11일 아침 상하이에 들어왔지만 이들은 경제 시찰을 목적으로 한 실무진이었을 뿐 '거물급'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중국 내 소식통이 확인했다. 이들은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단둥을 통과한 뒤 중간 기착지에서 내려 중국 열차편으로 바꿔타고 상하이까지 직행했다. 이들은 푸둥지구를 비롯한 첨단 사업단지와 증권거래소 등 금융단지를 둘러보며 중국식 경제개혁 모델에 대한 현장 학습을 받았다. 일부는 광둥성 선전에서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경제시찰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여 향후 북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베이징 외교가에는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을 놓고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의 최종 목적지가 중국이 아니며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교부는 이를 부인했다. 또 애초 러시아가 목적지라면 굳이 중국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한때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편이 아닌 전용기를 타고 중국에 들어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과 우리 군당국의 감시망에 쉽사리 포착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은 뒤 선양 등 경유역에서 비행기편으로 갈아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11일 경유역 어느 곳에서도 평소와 다른 조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특별열차가 단둥을 거쳐 10일 밤 늦게 선양에 도착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후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상하이 시찰단이 12일 김 위원장 일행과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선양이나 톈진 등 베이징 인근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별개로 김 위원장이 건강이상으로 베이징에 머물며 검진을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하이=한우덕·이심기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