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남은 2년-이것만은 풀고 가자] (7) 거꾸로 가는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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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한 지난해 11월30일.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민영화할 기업은 대부분 민영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남은 2년간 공기업 민영화 작업은 중단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정부는 게다가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추진,이전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민영화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이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질 조직의 비대화·비효율화도 개혁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참여정부 들어 의지가 약화된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영화법 적용 대상이었던 가스공사 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공기업이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에 따라 공기업관리법의 적용을 받도록 바뀌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발전회사의 민영화도 '물 건너간 일'이 돼버렸다.
2001년 이후 꾸준히 진행돼 오던 남동발전의 민영화 작업은 지난해 11월 전면 중단됐다.
표면적인 사유는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산업자원부 관계자)이라지만 실제로는 참여정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동발전은 다른 발전회사 민영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아 온 만큼 앞으로 상당기간 발전회사 민영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민영화 의지 후퇴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 기업 노사 공공 등 4대 부문에서 추진돼 온 개혁이 공공 부문에서만 진척이 없다는 것.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을 경제의 후진성에 있다고 보고 개혁을 진행했지만 공공부문 개혁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비능률과 비효율의 대명사인 공기업의 민영화가 지속 추진되지 않을 경우 민간부문의 높은 효율성마저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아직까지도 인프라 등의 부문에서 공기업의 영향력이 막대해 민간기업 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면 독점 폐해나 공공서비스 수준 저하가 뒤따를 수 있다"(이창호 기획처 공공혁신본부장)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한송유관공사의 민영화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2001년 1월 민영화된 송유관공사는 민영화 이후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SK㈜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주주 간 분쟁 사례도 없었다.
오히려 서비스 수준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민영화의 반대급부로 송유관공사의 재무 및 경영상태는 급속도로 호전됐다.
민영화되기 직전 부채가 6000억원을 웃돌고 만성적자에 시달렸으나,민영화 단행 이후 부채가 4000억원 아래로 줄어들었으며 연간 3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만들어내는 '알짜회사'로 탈바꿈했다.
참여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후퇴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활한 경제대국 일본은 철도회사 JR 3사,담배회사 JT,4개 도로공단,전원개발 등 36개 법인을 민영화하는 등 163개 정부 산하 법인 중 136개 법인을 민영화 또는 폐지,독립법인화했다.
더욱이 국가공무원의 28%를 차지하는 우정공사 직원 27만명을 '비공무원화'하는 등 대대적인 우정공사 민영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남은 27개 정부 산하 법인도 일본은행 예금보험기구 방송협회 적십자사 등 5개 법인을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하기로 했다.
중국도 건설은행 공상은행 등 4대 국영 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IPO(기업공개) 일정을 밟고 있으며,일본의 원조를 받아 건설한 국영철도의 민영화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참여정부 2년 동안이라도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민영화할 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성이 강해 민영화하기 힘든 공기업은 인사와 예산 등을 외부기관에 맡겨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도 "독자적 생존력이 있는 시장형 공기업은 궁극적으로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해 주주가 감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