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당 복귀 이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당에 돌아온 지 1주일이 지나도록 '각개약진'에만 매달려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던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여성위원회 신년인사회에서 한 테이블에 앉았다. 주변의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은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의 손을 감싸쥐고 덕담을 주고 받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는 2월18일 당권도전이라는 '대업'이 눈 앞에 있는 만큼 당내 여성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참석자들을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두 사람의 스타일 변신이었다. '점잖은 신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 전 장관은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만세삼창까지 주도하는 등 '힘 있는 후보'의 모습을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달변에 쇼맨십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정 전 장관은 비교적 가벼운 얘기를 차분한 어투로 풀어놓았다. 김 전 장관은 "최근 우리당이 난관에 처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전 장관,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김혁규 의원 등과 손을 맞잡고 협력하겠다"며 "5월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이 또 한번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재작년 총선 이후 파이팅을 여러 번 외쳤더니 '김근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행사 참석자들에게 서로를 격려하는 파이팅을 권했다. 정 전 장관은 "장관 시절 북한에 가니까 그곳 간부들이 남측의 호주제 폐지로 북쪽의 가부장제도가 흔들려 '가부장제 수호연대'를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농담을 했다"며 "우리당의 양성평등 정신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친 증거"라고 말했다. 또 "남성각료가 여성 정책을 만들 게 아니라 여성 스스로 국회에서 법과 정책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