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일 다시 급락,980원 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60전 하락한 977원50전에 마감됐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6일(975원 40전) 이후 8년여 만의 최저치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생산 중단을 우려하고 있고,외환당국도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달러 약세는 대세

환율 속락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 전환이 가장 큰 이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엔·달러 환율이 13차례에 걸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의 영향으로 121엔대까지 올라서는 등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곧 중단할 것이란 시그널을 보내면서 달러화가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이 113엔대까지 폭락하면서 원·달러 환율 급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일 재무장관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만나 달러화 약세에 합의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자칫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외환시장에 5억달러 규모의 직접 개입에 나선 외환당국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도 '약 달러'에 대한 확신이 외환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달러 매물

수출 호조와 주식시장 활황으로 달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가 160억달러(한국은행 예측)로 예상될 정도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농협 금융공학실장은 "역외 세력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 환율이 출렁이면 수출기업들이 뒤따라 가세해 하락폭을 키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로 달러 매입을 오히려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다.

◆위안화 절상설도 하락요인

위안화의 추가 절상설과 함께 중국 정부가 보유 외화 자산을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약(弱)달러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 연구원은 "지금으로선 국내외 모든 여건을 살펴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요인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환율 추가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환율 급락 여파로 4.45포인트(0.31%) 하락한 1408.33에 마감됐다.

환율에 덜 민감한 코스닥지수는 6.78포인트(0.91%) 오른 753.8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4일 만에 매도 우위를 보였다.

KOSPI200 지수선물 3월물도 전날보다 0.65포인트 하락한 180.65를 나타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