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기술혁신 경영대상] 디퓨전이 혁신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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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 가정에 본격적으로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전기 냉장고와 가스 냉장고의 경쟁이 시작됐다.
가스 냉장고는 부품이 많지 않아 애프터 서비스가 그다지 필요 없었다.
반면 전기 냉장고는 켜놓고 잠자기 힘들 만큼 웅웅거렸으며 덩치도 컸다.
그럼에도 전기 냉장고가 시장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는 전기 냉장고를 만드는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가스 냉장고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손을 들고 말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전기 냉장고를 생산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은 발전소에서 전등까지 전기 산업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 산업을 더 키울 수 있는 냉장고를 많이 팔아야 했다.
이 회사는 전국을 순회하며 전기 냉장고를 광고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 상영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소르코 세르벨 등 가스 냉장고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과중한 연구개발비에 짓눌려 냉장고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1940년대에 들어서자 전기 냉장고는 미국 가정의 45%가 이를 가질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결국 가스 냉장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냉장고 사건은 기술 혁신에서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을 최초로 이론화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슘페터다.
그는 경제 성장은 생산 요소의 신결합(new combination)인 이노베이션에서 나온다고 했다.
피터 드러커는 이 같은 이론을 경영학에 도입해 리스크를 빨리 인식한 기업인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만족을 창조하는 것을 이노베이션으로 봤다.
이 이론은 △가치 혁신 △고객 감동 △지식 창조 등 다양한 경영혁신 기법을 만들어내게 했다.
그러나 1982년 사회학자 로저스는 기술혁신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론을 내놨다.
혁신이란 사회에 보급돼야만 진짜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노베이션만큼이나 보급 과정(diffusion process)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반도체 열전소자 방식 냉장고의 성공 여부도 바로 이 보급에 달려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할 때는 기술혁신 점수 이외에 그 기술을 어떻게 상품화해 보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먼저 혁신 기술의 보급화를 위한 상품화 단계부터 살펴보자.상품화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에 신경 써야 한다.
첫째 현재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새로 개발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 분석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비교 분석을 근거로 개발 제품의 목표 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목표 시장엔 수요자의 연령 지역 성별 소득 관련정책 규제 등이 감안돼야 한다.
이어 구매의지 시장규모 구매시기 등도 분석돼야 한다.
둘째 이 모든 분석이 보급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자의 기술혁신 리더십이 확보돼야 한다.
경영자의 혁신 리더십을 평가하는 항목은 △혁신 기술에 대한 비전 제시 △직원 혁신교육 실시 △위기대처 능력 보유 △개발 프로젝트팀 운영 △혁신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자발적 야근 유지 △혁신정보 검색 및 분석 등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열린경영연구원은 이 같은 기술혁신 항목을 충족하고 능가하는 기업들을 올해의 기술혁신 경영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대한주택공사 홈캐스트 소이젠 아이네임즈 에스에스씨피 케이핍 등 35개 기업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