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 완전철수] '청산비용 2억달러 누가 떠맡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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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호지구 신포 경수로에 남아 있던 인력 57명이 8일 모두 철수함으로써 지난94년 북·미 간 제네바합의를 통해 탄생한 신포 경수로 사업은 국제적으로 공식 실패를 선언하게 됐다.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간에 95년 12월 경수로 공급협정이 체결된 지 10년여,97년 8월 공사가 시작된 지 8년4개월여 만이다.
◆실패로 끝난 '경수로 제공-북핵 동결' 빅딜
이번 철수로 94년 10월21일 제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하는 북·미 기본합의(제네바합의)에 따라 탄생한 신포경수로는 공정률 30%에 그친 콘크리트 더미로 그 생을 마감하게 됐다.
제네바 합의의 골자는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2003년까지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완공 전까지 대체에너지로 중유를 공급한다는 것.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시인했다는 미국측 발표와 함께 경수로사업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KEDO는 2002년 11월 경수로 사업 재검토를 결정하고 이에 반발한 북한은 핵동결 해제 발표와 함께 2003년 1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KEDO의 공사 중단결정으로 경수로 사업은 2년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결국 지난해 11월 사업종료에 합의했다.
◆1조원 넘는 사업비만 허공에
경수로 건설이 미래에 재개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0)'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북측에 제안한 200만kW 대북 직접 송전계획 자체가 신포경수로 사업 중단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까지 KEDO 사업에 들어간 15억달러(약 1조5000억원)만 날린 셈이 된 것이다.
한·미·일 KEDO 이사국 중 70%의 비용을 부담한 한국의 손해가 가장 컸다.
KEDO측은 투입비용이 헛되지 않도록 KEDO 이사국 간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선 '매물비용(sunk cost)'으로 전액 결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 6자회담을 통한 재활용카드가 남아 있으나 북·미 간 대치가 심화되고 있어 그야말로 이론적 가능성에 그칠 전망이다.
◆청산 비용 놓고 책임공방
한반도 평화정착의 물적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KEDO 경수로는 사업실패와 함께 복잡한 청산절차라는 골칫거리를 남겼다.
이는 KEDO 실패의 책임을 가리는 것과 연관돼 있다.
당장 북측은 금호지구에 남아 있는 건설자재와 장비 등 5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네바합의가 깨진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이에 따른 추가보상의 담보물로 이들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EDO 이사국 간에도 청산비용을 둘러싼 속내가 얽혀 있다.
작년 11월 집행이사회가 최종 종료 선언을 못한 것은 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청산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EDO와 턴키로 계약을 맺은 한국전력을 비롯 공사 참여업체들에 대한 위약금 및 보상금도 100여건이 넘는 계약과 함께 얽혀 있다.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는 "참가국 간 협의를 통해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 모든 청산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