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무리한 환율방어 禍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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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우리 경제는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불안해져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환율이 지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환율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멈추면서 달러화의 약세가 예상되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전망되면서 우리 원화환율 또한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으로 환율은 지금보다 더 큰 폭의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역외 환투기세력도 환율이 하락할 것을 예상해서 외환을 매도하고 있어 환율의 하락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하락은 무역수지를 악화시켜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게 되나 실제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먼저 개입을 통해 환율하락을 막는 방법인데 외환시장에서 환율하락 압력이 높은 상황아래 과도한 개입은 환율하락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환투기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고 환차손을 당하거나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외에 미국 등 상대국과의 환율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외환당국은 먼저 개입을 통해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역외 환투기 세력까지 가세하고 있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환차손과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입시 지나치게 높은 목표환율을 정해 방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환율수준은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고려하면 적정수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높은 환율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비록 우리 무역수지 흑자유지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환투기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
원화가 저평가돼 있는 경우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아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할 수 있고 환율의 변동성 또한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입된 외환을 유출시키거나 자본유입의 규모를 줄이는 것도 대응 방법이다.
외환을 유출시키기 위해서는 최근 외환당국이 발표한 바와 같이 해외거주자의 부동산매입자금과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한도를 증액하거나 자유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환율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외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율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한 투자자가 환전과 해외투자 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무역수지가 악화돼 환율이 오르는 경우 오히려 대규모 외환유출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급격한 외환자유화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자본유출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외국에 비해 과다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응 외에도 지금과 같은 과도하게 환율에 의존하는 수출전략과 경제운용방식을 개선토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수출은 과도하게 환율에만 의존해 왔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환율보다는 국내생산성 향상이나 기술력에 의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환율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지금의 경제정책 운용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금리정책이 국내투자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실업을 줄여 지금과 같이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에만 의존치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이 우리 경제가 환율변동과 환투기 공격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