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경제계 인사들에게 "올해는 우는 소리도 좀 하겠고,다니면서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일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참모들은 청와대가 올해 국정의 주요 목표로 정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연계해 이를 설명했다.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간 격차,경제적 상류층과 중하위층 간 소득 격차,첨단 수출 산업과 농어업 등 전통 쇠락산업 간 차이 등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힐 '미래 구상'에는 양극화 해소 의지가 핵심"이라며 "저소득층,경쟁의 낙오자를 함께 안고 가야 사회통합은 물론 소비진작으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나는 만큼 여유가 있는 대기업 등에 이 방향에 동참토록 권유하고,유도하고,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을 유지하면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참여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노 대통령이 나서 '아쉬운 소리'를 하겠다는 의미다. 비정규직 문제,청년실업난,영세 자영업자 및 신용불량자 대책,노사관계 선진화 방안,고령화시대 조기퇴직자 문제 등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정부가 대기업에 '양보·지원'과 '사회적 기여'를 요청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 의원을 복지정책의 책임자로 밀어붙이고,열린우리당 등 여권에서 반기업 정서도 엄연히 있어 실질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얼마나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가자면 노 대통령이 '우는 소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강자 쪽에 속한 그룹 스스로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자발적인 동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지난해 초에도 "경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계획을 밝혔으나 대통령이 정쟁과 사회적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가 많아 재계에서는 다소간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