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영어로는 '스위트 하트(sweet heart)'라 하는데 이 말은 13세기 스코틀랜드 둠푸리스에 세워진 '스위트 하트' 사원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이 지방의 성주(城主)였던 존 바리올의 아내 데보기라 부인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남편의 심장을 향(香)으로 채워 '나의 가장 사랑하는 반려자'라며 평생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다. 부인이 생전에 마련해 둔 묘지엔 사원이 만들어졌고 부인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기려 '스위트 하트'라 명명됐다. 이후 문학작품에 스위트 하트가 자주 등장하면서 연인이란 동의어로 쓰이게 된 것이다. 연인이란 이토록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다. 덴마크의 속담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칼 하나가 소 네 마리가 당기는 힘보다 더 강하다"할 정도로 흡인력 있는 사람이 곧 연인이기도 하다. 살짝 스치는 미소나 한번의 악수에도 원기를 찾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 또한 연인일 게다. 이제는 연인을 사귀는데도 마음보다 돈을 들여야 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 달력에는 소위 'XX 데이'라 해서 매달 14일을 포함,애인들에게 선물을 하는 소위 '연인 기념일'이 무려 21차례나 들어 있다. 선물공세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것인데 그 이름이 현란할 지경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그렇다 치고,연인없는 솔로 들이 자장면을 먹는 4월의 '블랙 데이',6월의 '키스 데이',선배에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자신의 애인을 선보이는 '실버 데이',연인들끼리 껴안는 것이 허락되는 12월의 '허그 데이' 등은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진 토종 기념일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의 사랑은 막대한 비용과 함께 찾아온다"고 비꼬았다. 이러한 기념일이 만들어지는 배후에 상혼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이러한 분위기에 쉽게 매몰되는 우리 젊은이들의 의식이 안타깝다. 스탕달이 '연애론'에서 언급한 '허영연애'가 아닌 '정열연애'를 음미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