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 간의 5일 만찬회동이 무산됐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집행위원과 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모임 불참을 결정하고 만찬일정을 새 지도부 구성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한 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추진했던 회동을 당이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당청갈등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만찬회동 불참 배경=당측은 "대통령의 인사문제는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했다"면서 '연기요청'이라는 부드러운 용어를 사용했지만,저변에 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일방 취소통보' 또는 거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흔들리는 당청관계의 현주소다. 한 비상집행위원은 "이미 게임이 끝난 상황에서 청와대에 가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연기라기보다는 취소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회의에서 유 의원 입각과 청와대 행사 참석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정세균 의장 등은 "참석해서 당의 입장을 전하자"고 설득했지만 김영춘 조배숙 의원 등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참입장을 고수,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상당수 참석 대상자들이 불참을 결정한 상태에서 회동이 이뤄질 경우 논의의 실효성 자체가 문제될 뿐더러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연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을 복지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당과의 협의약속을 어긴 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따른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새 지도부 구성을 연기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거는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당청관계 재정립 목소리 커=당은 내주로 예상됐던 새 지도부 구성을 이번주로 앞당기기로 했다. 노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표현이지만 당청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 결별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거론한다. 김영춘 의원은 "당이 청와대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대에서 당청 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입각 반대)서명 의원 확대를 검토 중"이라면서 "향후 원내대표 경선과 전대 과정에서 당청 관계 문제를 이슈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