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에선 3일(현지시간) 외평채가 가산금리(2008년물 기준) '0' 수준에서 거래됐다.


외평채는 만기가 짧게 남을수록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만기효과(Duration Effect)가 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 '가산금리 0'로 거래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 국가가 발행한 국채에 가산금리가 완전히 붙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2008년물보다 폭은 크지 않지만 2013년물 이상 중장기 외평채도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추세다.




◆왜 떨어지나=가장 큰 요인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와 영국의 피치가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데 이어,리먼 브러더스 등 주요 해외투자은행들도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호적인 분위기와 원화 강세에 따라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이 외평채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해외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 등에서 여러 차례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어떠한 차별도 없다"고 한 발언들이 갈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안전자산(safe-haven asset)인 미국 국채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도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이 발행한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향후 전망은=최근처럼 단기물 위주로 외평채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올 3월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무역적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경우 미국 국채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무역흑자와 원유판매 대금으로 축적된 아시아와 중동산유국의 과잉저축분이 미국 국채 대신 개도국 국채를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도 "한국 외환당국의 개입 자제로 외평채 추가 발행이 제한돼 있어 한국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나=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최근 들어 외평채 가산금리가 만기가 짧게 남은 단기물 위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단기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중장기 전망까지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박춘호 홍콩 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중장기물 외평채 가산금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보지 않는 증거"라며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