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입각문제에 대해 정면돌파를 택함에 따라 여권의 내부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당 내 일부 의원이 반발하고 나서 향후 당·청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 문제를 놓고 당내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데다 일부 의원의 탈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내분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 정면돌파=청와대가 '유시민 장관 만들기'를 앞당겨 밀어붙인 것은 여당 내홍에다 한나라당 등 야권의 반발에도 밀리지 않고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초부터 장관 기용 문제로 한번 밀리면 조기 '레임 덕'(권력누수)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한인데 장관 한 사람 의지대로 쓰지 못하면 앞으로 뭘 더 할수 있겠느냐"고 다급한 사정을 토로했다. 김완기 인사수석도 당내 반발을 겨냥,사견임을 전제하며 "대통령의 고유 영역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해 이런 기류를 보여줬다. "이번에 밀리면 끝이며,총리의 제청권까지 받아둔 상태에서 당초 의지대로 가야 한다"는 정서가 청와대 기류에서 감지된다. '유시민 카드'에 집착하는 것은 지난해 이해찬 총리가 기용되기 직전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이 총리 물망에 유력하게 올랐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없었던 일이 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만큼 청와대에 심적 여유가 없어졌다고 볼수 있으며,유 의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과 신뢰가 크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여권 내부갈등 심화=일부 의원은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문병호 의원은 "5일 대통령과 만나 개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려는 상황에서 유 의원의 임명이 결정돼 황당하다"며 "유 의원 개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청와대의 일방통행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이어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청와대가 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당도 더이상 청와대를 배려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광원 의원도 "대통령이 당을 택하느냐 유 의원을 택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유 의원을 택한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이 입게 될 상처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재선의 이종걸 의원은 "우리당 사정이 좋다면 모르겠지만,당 사정이 안 좋은 지금 상황에서는,대결구도를 선호하는 날카로운 유시민 의원의 입각이 지방선거 승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고,나도 그런 우려에 동감한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일부 의원은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번 사태는 범 친노그룹이 반대파를 겨냥하면서 여당 내부의 친노와 비노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의정연구센터'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입각 반대론자들을 향해 "당을 망쳐 놓은 사람들이 당을 단합시켜 살려낼 생각은 안 하고 엉뚱한 비판만 해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 없이 감성적으로 동료의원들을 왕따하고 '이지메(집단따돌림)'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대표인 이광철 의원은 "(유 의원이) 입고 있는 옷 색깔이 다르다고 인상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재창·허원순·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