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누구나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정말 끊자. 메뉴도 뻔하다. 남자들이라면 술 담배다. 젊은 세대들은 여기에 추가되는 메뉴가 있다. 밤새 즐기던 온라인 게임, '짝퉁'이라도 사고 보는 쇼핑중독증, 다이어트를 망치는 맛난 음식들…. 지난 한두 달 사이 우리 사회엔 정말 끊고 싶은 것이 또 생겼다. 바로 믿음이다. 줄기세포 파문 이후 사람들은 이제 믿음의 끈이 가늘어졌다. 올해는 이런 것 말고도 정말 하나를 더 끊어볼 작정이다. 바로 정치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판 소식에 대한 관심이라고 해야겠다. 연초부터 짜증나고 실망스런 정치뉴스가 넘쳐서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뉴스가 살아가는데 별 보탬이 안될 것 같아서다. 사실 몇 달간 정치판 소식을 까마득히 몰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도 하다. 오히려 정치를 끊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사람에 대한 원망도 사라질 것만 같다. 정치를 끊고 남는 시간은 무엇에 쓸까. 담배와 술을 끊고 운동하듯이 정치를 밀어낸 빈자리에는 경제가 올라와야 옳다. 신년인 만큼 그럴 듯한 슬로건도 만들어보자. 올해는 우리 모두 경제인(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이 돼보는 거다. 원래 호모 이코노미쿠스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간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같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더 자주 쓴다. 수입이 줄면 씀씀이를 줄이고 가격이 오르면 더 싼 대체재를 사는 인간이 경제인이다.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가 금리가 오르면 금융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고 머리를 굴리는 것이 합리적인 비즈니스맨이다. 어렵게 볼 것도 없다. 노점상이라면 졸업시즌에는 꽃을 팔고,월드컵 거리응원 때는 음료수 좌판을 펼쳐놓고,폭설이 쏟아질 때는 자동차용 체인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하고 항상 변신할 태세를 갖추면 된다. 변화가 빠른 만큼 경제인이 되겠다는 다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정보에 귀를 열고 드러나지 않는 기회에 안테나를 세우며 일단 결정하면 몸과 마음과 자원을 '올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앞서가는 경제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경제뉴스는 매일매일의 학습을 돕는 살아있는 교과서인 것이다. 당장 갖고 있는 주식이 없어도 주식시장의 흐름을 예측해볼 수 있고, 정부 정책이 나오면 부동산 가격의 향방을 혼자 가늠해보는 훈련도 할 수 있다. 모두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데 부자가 되는 첩경은 로또가 아니라 스스로를 경쟁력있는 경제인으로 만드는 일이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돈되는 창업뉴스에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미디어 수단이 나오면 어떻게든 배워 익히는 유연한 자세를 갖추면 된다. 예전 '정치의 시절'엔 사람들은 개각이 있을 때마다 각료명단을 오렸다. 이제 사람들이 오려서 붙여둬야 할 것은 바로 경제지표들이다.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되는지, 실업자는 몇 명인지, 수출액수는 얼마인지, 원ㆍ달러환율은 어떻게 되는지를 체크해가며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흐름이 읽히게 돼있다.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효율의 경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넘쳤으면 하는 생각에서 연초에 해보는 바람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