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 인근에는 1200여평 규모의 할인점이 문을 열었다.


매장 이름은 '테스코 홈플러스'.


국내에는 친숙하지만 영국에는 낯선 브랜드명이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그룹이 한국법인인 '삼성테스코'의 할인점 홈플러스에서 이름을 빌려온 것.


이름뿐만 아니다.


한국 홈플러스의 점포 구성형태, 첨단 정보기술시스템,사회공헌활동 등 경영전반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세계 소매업계 3위에 80년 전통을 가진 영국 테스코가 '자존심'을 접고, 창립한 지 불과 6년된 한국법인에서 '한 수' 지도를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96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일궈낸 국내 유통시장의 괄목할 성장은 '경이로운 기적'임에 틀림없다.


할인점,홈쇼핑,인터넷몰 등 새로운 유통 업태들이 숨가쁘게 탄생하고 급성장 가도를 달렸다.


유럽계 할인점인 마크로와 까르푸,미국의 월마트와 프라이스클럽(현 코스트코) 등도 인구밀도가 높고 구매력이 높은 한국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했다.


적자생존의 기로에서 활로를 모색하던 국내 유통기업들에는 시련과 격변의 시기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병술(丙戌)년 새해,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국내 유통업계는 이제 '유통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초우량 선진유통기업의 무차별 공격을 당당히 이겨낸 할인점은 중국 베트남 등 해외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7년 중국 상하이 취양(曲陽)점을 열어 가장 먼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신세계 이마트는 2004년 6월에 2호점인 루이홍(瑞虹)점,작년 3월에 3호점인 인두(銀都)점을 선보였다.


인뚜점은 특히 4800평 규모로 상하이 최대 할인점이다.


작년 11월에는 4호점인 아오청점을 열었다.


롯데마트는 조만간 베트남 국영기업과 양해각서를 맺어 본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백화점은 롯데가 선두주자로 나서 러시아의 '붉은 광장'에 글로벌 경영의 깃발을 꽂았다.


롯데그룹은 모스크바 중심가에 '롯데센터'를 건설 중이다.


롯데센터가 조성되는 곳은 크렘린궁으로부터 1.4Km 떨어진 도심지역.롯데센터는 총 연면적 4만3000평 규모로 지어지며 올 12월에 1단계 공사로 백화점과 오피스로 구성된 2만5000평 규모의 복합시설이 먼저 들어선다.


오는 2008년 말에는 연면적 1만8000평 규모의 최고급 롯데호텔이 추가로 문을 연다.


국내 시장이 좁아진 홈쇼핑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95년 첫 방송을 시작,올해로 11년째를 맞은 홈쇼핑은 축적된 노하우로 글로벌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CJ홈쇼핑이 중국의 민영방송인 'SMG'(상하이미디어그룹)와 합작 투자한 동방CJ가 지난 200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데 이어 2005년초에는 우리홈쇼핑이 대만시장에 투자형식으로 진출했다.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동방CJ홈쇼핑은 TV홈쇼핑 외에도 2004년 11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하고 작년 1월에는 카탈로그를 발행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상하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앞으로 강쑤성의 주요 도시인 쑤저우 항저우 우시 등에서 홈쇼핑방송을 송출할 계획이다.


2003년 2월 업계 최초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현대홈쇼핑도 현재 '광저우 현대홈쇼핑'이란 이름으로 광저우 난하이 지역에서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2005년 2월 중국 충칭시에 현지법인 '충칭GS쇼핑'을 설립,충칭TV '생활채널'을 통해 본격적인 상품판매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우리홈쇼핑이 대만 내 최대 금융 지주 회사인 푸방그룹과 함께 설립한 'FMT(Fubon Multimedia Technology)'는 2004년 12월 초 대만 전역의 400만가구를 대상으로 시험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월부터 모모홈쇼핑이란 채널명으로 본 방송을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해외시장 개척도 눈부시다.


제너시스는 지난 2003년 중국,2005년 스페인에 점포를 연 데 이어 올해는 동남아 지역 등에 진출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지에 5만여개 가맹점을 보유,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겠다는 장기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전세계 유명 백화점이나 패션거리의 매장에는 국산 화장품들이 진열되고 있다.


태평양은 현재 중국과 프랑스 미주 지역을 3대 축으로 글로벌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홍콩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선 '라네즈' 브랜드를 위주로 고급 백화점에 입점,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오휘'와 '후'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9월 항저우 고급 백화점에 중국 내 '오휘' 단독 매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여기선 한국에서 직수출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오휘' 매장은 총 5개.LG생활건강은 올해 20여곳의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