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면? 종묘의 너구리 가족이나 아파트 건설현장의 황조롱이가 반가운 뉴스 거리로 등장하는 시대라 엄청난 화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새해 벽두에 호랑이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1일부터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유산 이야기' 코너를 마련하면서 첫 회로 '창덕궁의 호랑이'를 소개했다.


실록에 나오는 첫 호환 기록은 세종 11년(1465년) 9월14일의 기사. '창덕궁 후원에 범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북악(北岳)에 가서 표범을 잡고 돌아오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유 청장이 어릴적 들었던 서울의 전래 민요 '인왕산 호랑이 으르르르… 남산의 꾀꼬리 꾀꼴꾀꼴…'이 실제 상황이었던 것. 선조 때에는 창덕궁 솔숲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물었던 일도 있었고,창덕궁 안에서 호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던 적도 있다고 실록은 전한다.


실록에 실려 있는 마지막 호랑이 기사는 고종 20년(1883년) 1월2일자의 기록. '삼청동 북창 근처에서 호환이 있었다고 하여 포수를 풀어 인왕산 밑에서 작은 표범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유 청장은 "지난해 10월 창덕궁과 창경궁에 멧돼지가 나타나 화제가 됐는데 앞으로 100년 뒤 '창덕궁 700년'이라는 책을 만들게 되면 '창덕궁에 멧돼지가 나타나 포획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연이 살아난 것이라고 신기해하며 좋아했다'는 기사가 쓰여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