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주에 취해 백세주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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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시장의 최고 강자로 군림해온 국순당의 백세주가 복분자주의 거센 도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복분자주 시장은 두 자릿수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약주'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백세주 매출은 2년 연속 10% 이상 급감하며 1992년 출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음식점의 인기 복분자 브랜드 '산매수' 판매업체인 선운산 복분자주 흥진과 '보해 복분자주'를 내놓고 있는 보해 등이 주축이 된 복분자주시장 규모는 2004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550억원으로 10%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만찬주로 지정된 보해 복분자주의 인기몰이가 눈에 띈다.
보해 복분자주는 APEC을 계기로 월 매출이 2배 이상 뛰어 오른 데 힘입어 지난해 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보해 관계자는 "APEC 약발을 이어가기 위해 광고를 새로 제작하고 할인점 시음회와 음식점 등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새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의 130억원(주세 제외)에서 250억∼26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선운산 복분자주 흥진 관계자는 "복분자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자양강장 효능과 함께 와인처럼 맛이 달고 붉은색을 띠고 있어 여성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는 700억∼8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분자주 시장에는 이 두 업체 외에 40여개 군소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복분자주의 인기는 국순당에는 시장을 잠식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백세주가 '약주 돌풍'을 일으키며 매실주 시장을 파고들어 성장했다면 이번에는 복분자주에 발목이 잡혀 '전통주 패턴 변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꼴이다.
백세주 비중이 95%에 달하는 국순당의 매출은 2004년 16.4%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백운목 대우증권 내수팀장은 "백세주의 최근 매출 감소세는 복분자주라는 새로운 경쟁 제품의 출현과 함께 출시한 지 14년이나 되는 브랜드의 노쇠화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순당은 새로운 주력 제품의 출시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한사홍 국순당 홍보이사는 "내부적으로 백세주의 뒤를 이을 새 주력 제품에 대한 개발은 끝나 있지만 출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영업으로 매출을 회복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