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희망이나 기대감보다 버거운 업무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5년 임기 중 3년이 지나고 있고 내년에 차기 대통령을 뽑는 레이스가 벌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일할 시기는 현실적으로 올해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통상 마지막 해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빚어지면서 뒷정리하는 수준이 된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만들어온 각종 개혁안의 로드맵이 어느 선까지 시행됐는지,남은 과제의 마무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처지다. 벌여놓은 로드맵은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방균형 발전 차원의 행정복합도시와 각 지역의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정부와 공공부문의 각종 혁신정책,동북아 허브전략,고령화·저출산 대비 전략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등등.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현실 여건은 국내외적으로 모두 어렵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그동안의 영(0)패 행진에서 벗어날지부터 확실하지 않고,연말 정치권을 강타한 사립학교법 개정 파동 등으로 얼어붙은 여야관계는 쉽게 녹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풀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돼온 북핵문제가 여전히 '산 너머 산' 형국이고,한·일관계는 뒷걸음치면서 동북아 국제역학 구도에서 한국의 입지는 다소 모호해져 있다. 양극화로 진단되는 침체된 국내 경제 역시 노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의 미래발전을 위한 몇몇 프로그램을 연초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셋째주의 신년기자회견,2월25일 취임 3주년,그리고 이 사이에 예정된 '미래 국정운영 구상' 발표 등으로 뒷마무리 숙제와 장기발전 과제를 제시하게 된다. 노 대통령의 미래 국정 구상과 관련,이해찬 총리는 "비정치적인 사안으로,향후 10년,20년 뒤 (한국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후반 최측근 참모인 윤태영 비서관을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임명,이 일을 사실상 전담시켜왔으며 본인도 직접 챙겨왔다.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세계화·고령화시대의 대비책 마련에 모두가 함께 나서자고 호소하면서 장기 성장동력 구축 차원에서 차세대 신산업을 정비하고,노사관계 등 사회적 갈등구조를 풀 범사회적인 거대협의체 발족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대립·지역정서 구도를 타파하자는 정치혁신책으로 현행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재차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도사퇴 시사와 같은 과거식 '충격요법'을 다시 꺼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여권의 최고위급 인사는 연정론 재언급,열린우리당 탈당 등의 카드에 대해 "모두 가능성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소신으로 밝혀온 지역주의 중심의 선거문화를 깨는 방편으로 중대선거구제 시행을 내세우고 대통령 중임제나 정·부통령제 도입,사회적 갈등과제 해결을 위한 대협의체 운영 등을 함께 얹어 개헌을 제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