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은 1955년 설립된 이후 지난 50년간 증권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투자자가 유가증권이나 선물을 사고팔 때 증권회사나 선물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고객예탁금을 별도로 예치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돈을 맡아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적 한도 내에서 운용을 통해 증권회사들에는 시장 금리 이상의 수익을 되돌려준다. 한국증권금융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 존재감이 부각됐다. 1997년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부도 처리된 후 고객예탁금 대지급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금융기관의 퇴출과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자 6조9000억원의 증권금융채권을 발행해 투신사와 증권사의 구조조정 업무를 돕기도 했다. 현투증권(현 프루덴셜투자증권)의 한남투자신탁 인수에 2조원을 지원하고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수익증권 환매자금으로 4조1000억원을 지원했었다. 당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증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1조1000억원의 한은특융자금을 조달해 29개 증권사에 저리로 융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후에도 주가폭락과 장기침체로 증시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주식매입자금 지원과 증시안정기금 운용을 통해 주가안정과 증권사 자금난 해소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지난해 홍석주 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수익성이 낮은 공적업무를 점점 축소하고 대신 증권담보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호예수주식담보대출,스톡옵션 대출 등 신상품을 내놔 호응을 얻었으며 지난 10월부터는 정부로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자금을 예수받아 증권선물거래소 내 장내 RP(환매조건부채권)시장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25%의 직원을 감축하고 8개팀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는 창립 이래 최대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의 342억원보다 50% 이상 늘어난 524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9.5%로 과거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론 수익성만 좇는 것은 아니다. 한국증권금융은 은행에 비해 밀려나는 국내 증권업계의 경쟁력 확보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의 수탁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증권업계 최초로 취급하고 있다. 또 내년을 목표로 한국증권금융이 금융결제원의 공동망에 참가해 증권회사의 자금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홍 사장은 "금융통합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금융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된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증권업계 대표 금융기관으로 증권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