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기름 떨어지셨죠? 주유 뚜껑 여세요.기름 넣어드릴게요." 하늘이 뚫린 듯 호남지방에 어마어마한 폭설이 쏟아지던 지난 21일.호남고속도로 광주 톨게이트 부근은 '피난길'이 따로 없었다. 눈속에 고립된 자동차.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운전자와 가족들.기름이 떨어져 차에 히터도 틀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어디선가 본듯한 '빨간 모자'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K네트웍스 직원들이 양손에 기름통을 들고 나타난 것.공짜 기름보다 더 반가웠던 건 구둣발로 눈길을 헤쳤던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날 8명의 SK네트웍스 호남본부 직원들이 '사랑의 주유 서비스'를 계획한 건 오후 6시30분께.광주 목포 순천 등지로 출장을 떠났던 직원들은 폭설 소식에 서둘러 귀가했지만 TV에 나온 고속도로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오후 7시.호남본부장인 이승인 상무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우리가 도울 일은 역시 고립된 차량에 기름을 넣어주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광주IC 인근의 직영 주유소를 수배해 경유를 실을 탱크로리를 비상 대기시켰다. 오후 8시30분.8명의 직원들이 경유 3000ℓ를 실은 탱크로리 2대와 휘발유 20ℓ들이 말통 25개(총 500ℓ)를 들고 현장에 뛰어 들었다. 고속도로에는 대개 승용차보다 4륜구동이나 화물차량이 많기 때문에 경유를 더 많이 준비했다. 그리고 광주 IC 인근에서 백양사 휴게소를 거쳐 내려오는 차량들을 대상으로 주유를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꼬박 5시간동안 자동차들을 일일이 탐문해 기름을 넣어준 이들은 차량 소통이 뚫리고서야 현장에서 철수해 귀가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