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변화의 현장에선] (1) 청계천 재개발 대책위 이웅재 위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5년 을유년이 저물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굵직한 뉴스가 쏟아졌던 한 해였다.
청계천 복원,8·31 부동산 대책 발표,무역 규모 5000억달러 돌파,주가 사상 최고치 달성,사학법 개정안 국회 통과 등….이 모두가 한반도의 지도를 바꾸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현장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 올해를 되돌아 보고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산책하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을 보면 복원사업을 그토록 반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웅재 청계천재개발대책위원회 위원장(54)은 올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남다르다.
청계천이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것은 반갑지만 1만여명의 청계천 상인을 대표,청계천 복원사업 반대 투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일 새 물길이 열린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청계천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청계천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2003년 1월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청계천 상인 수천명이 거리로 나섰다.
임차상인이 대부분인 이들은 '공사 결사 반대'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세운상가 가동 149호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라이프상사'를 직접 운영하는 이 위원장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서울시청 정문 계단에서 삭발을 하며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다.
"청계천 복원으로 차로가 줄어들면 접근성이 떨어져 상권이 붕괴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낡아 보이는 상가를 재개발할 경우 삶의 터전을 잃게 되기 때문에 투쟁한 것입니다."
시위는 6개월 동안 이어졌으나 서울시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시 공무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청계천을 찾아와 상인들을 설득했다.
시 공무원들이 상인 대표들과 만난 횟수가 4200회에 달했다.
하루에 열 번 넘게 방문한 날도 수두룩했다.
"시 공무원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청계천 복원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노선을 바꿨다.
공사가 빨리 끝나도록 협력하는 대신 최대한 실리를 챙기자고 생각한 것.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서울 송파구 문정동 시유지에 '청계천 이주상인들을 위한 유통단지 건설'이란 전리품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는 "향후 청계천 상가 재개발 과정에서 임차상인들이 개발 이익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시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며 "내년에는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경제의 주름살을 펴는 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