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지역 경기가 꽁꽁 얼어붙는 등 폭설 후유증이 깊어가고 있다. 폭설과 한파 피해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건설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고 송년회 특수마저 실종되면서 경기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복구비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얼어붙은 지역 경기 지난 주말부터 연말 정기 세일에 들어간 광주 시내 백화점들은 고객 감소로 대부분 매출이 예년에 비해 최고 30% 이상 떨어져 울상을 짓고 있다. 김영천 광주신세계백화점 홍보팀장은 "폭설로 21,22일 이틀 동안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줄었다"며 "제설 작업이 더뎌지면 매출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전남 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도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 도로 교량 등 10여개 토목 공사를 벌이고 있는 대우건설의 경우 벌써 2주일가량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파까지 겹쳐 공사 재개가 불투명하다. 일용 건설직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식당가와 유흥가도 연말 송년회 특수가 실종되면서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다. ◆복구는 늦어져 더딘 복구에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폭설 피해는 도로 어항 공장 등 거의 모든 시설에 걸쳐 발생했으나 특히 비닐하우스 등 농업 분야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건물과 수산양식 시설 등의 응급 복구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농업용 비닐하우스의 피해 복구는 아직 5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날 군·경과 자원봉사자 등 2500여명을 피해 지역에 투입했으나 도내 피해 비닐하우스 602ha 중 300여ha에 대해서는 아직 복구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농민 이삼석씨(전남 나주시 산포면)는 "복구가 늦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며 "3년 전 1억원을 빚내 세운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앞으로 살 일이 막막하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정부 지원은 내년에나 호남 충청 제주도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재산 피해액이 23일 현재 2400억원을 넘어섰으나 정부의 재해복구비 지원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는 이날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올해 재해복구비 지원을 위해선 예산배정 계획과 자금계획 수립,국무회의 의결,대통령 재가 등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연내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기획예산처는 또 "국고 지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지방비 등에 대해선 대책이 없는 데다 특별교부세는 지난 8월 전북 수해 등에 전액을 집행해 바닥난 상태"라고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