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20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며 사흘 연속 '팔자'를 보였다.


지난 7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누적 순매도 규모는 76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비중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40%대 밑으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크게 줄인 반면 적극 매수에 나선 기관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비중은 2004년 4월26일 44.1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차이나 쇼크'에 따른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하락세로 반전되기 시작,올 들어 기관 주도 상승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낮아져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비중은 앞으로도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며 "기관들이 얼마만큼 외국인 매물을 소화해내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비중 얼마나 더 줄어들까


2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39.89%로 나타났다.


이로써 외국인 보유비중은 1992년 주식시장 전면개방 이후 2003년 10월29일 처음 40%대를 넘어선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40%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헝가리와 멕시코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적립식펀드 등 간접투자 확산을 계기로 기관이 최대 매수 세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도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우종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 국가 증시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평균 30%선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동안에도 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추가 매도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30%선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상수 동양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이 마음놓고 이익처분에 나서는 것은 이를 받쳐주는 국내 기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차익실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적립식펀드 열기에다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기관의 매수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비중 감소는 오히려 국내 증시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주도력 강화


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2조59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던 지난 8월 이후 최근 4개월보름간 무려 4조59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올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두 배가 넘는 6조97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간접투자 붐에 따른 펀드자금 유입이 기관의 매수 기반이 됐다.


최근 들어서도 순수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져 하루 평균 1200억원씩 순증하고 있다.


한상수 본부장은 "장기 대세상승을 확신하고 있는 대다수 기관들의 매수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의 매수세가 외국인의 매도를 충분히 상쇄시키며 증시의 우호적인 수급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