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업계는 올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바뀐다는 한국 IT업계의 속성에 비춰보면 다사다산은 당연해 보이지만 올해만큼 화제가 많은 해도 드물다.


이 같은 화제의 한가운데는 사람이 있다.


기술과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주체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에서 화제의 인물은 늘 관심거리다.


올해를 장식한 수많은 IT 인물 중 5인을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5인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남중수 KT 사장,박병무 하나로텔레콤 경영위원회 의장,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때로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승부수를 던진 인물이다.


안철수 의장은 바람처럼 안철수연구소를 떠났다.


박병엽 부회장은 SK텔레텍을 전격 인수했다.


남중수 사장은 자회사 사장에서 모회사 사장으로 변신했으며 박병무 의장은 하나로텔레콤의 구원투수로 등장했고 이중구 사장은 디카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 ‥ 최고의 자리에서 깜짝 유학…신선한 충격


안철수 의장은 올 3월 갑작스럽게 대표이사 자리를 김철수 사장(당시 부사장)에게 물려주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화제를 뿌렸다.


안철수연구소의 기반이 탄탄해지고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고 떠나 화제를 넘어 의혹(?)마저 샀다.


안 의장의 유학행은 직원들조차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그가 남긴 유학의 변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회사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고 생각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는 안철수연구소가 안철수라는 사람이 아닌 회사의 실적과 미래가치로 평가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좀 된다 싶으면 욕심을 앞세우는 세태에 날린 멋진 카운터 펀치라는 평이 많았다.


지난 11월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귀국 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면서 "안철수연구소에서 자신은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 남중수 KT 사장 ‥ '원더경영'…日 NTT도코모와 제휴결정


남중수 KT 사장은 원더(wonder) 경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원더 경영은 일반 고객은 물론 내부직원도 고객으로 보고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것.그의 원더 경영은 취임 초부터 시작됐다.


전임 이용경 사장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적인 관측을 뒤집고 지난 9월 KT그룹의 최고 수장이 됐다.


그는 KT의 슬로건을 '렛츠 케이티(Let's KT)' 대신 '라이프 이스 원더풀(Life is wonderfull)'로 바꿨다.


첨단 서비스로 고객의 삶을 감동(wonder)으로 채운다(full)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서비스 시연과 일본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를 자회사인 KTF의 제휴 파트너로 결정한 것은 원더의 또다른 면이다.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전 세계에 보여준 와이브로 서비스는 놀랍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는 올해 최고의 원더 경영으로 꼽힌다.


여기에는 현재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시대를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기반 서비스 시대로 전환,이동통신 시장 판도 자체를 흔들자는 계획이 깔려 있다.



◆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 SK텔레텍 전격인수…글로벌 톱5 선언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올 5월 SK텔레텍을 전격 인수,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인수로 그는 팬택계열을 내수 2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부상시켰다.


힘든 결정을 했기 때문인지 인수 발표 당일 만취 상태로 귀가한 일화가 있다.


박 부회장은 1991년 맥슨전자에서 나와 팬택을 설립했다.


이후 14년 만에 팬택을 매출 4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중요한 시기마다 판세를 정확히 읽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로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잘 나가던 '삐삐(호출기)' 사업에서 휴대폰으로 업종을 과감히 전환했고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사업 초기 모토로라가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하자 "경영은 내가 한다"며 끈질기게 지분 투자를 요구해 관철시킨 일화도 있다.


그는 2007년 팬택을 글로벌 톱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의장 ‥ M&A '미다스 손'…하나로텔 '구원투수'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를 맡고 있는 박병무 의장은 지난 11월17일 하나로텔레콤의 외국인 주주대표로서 직접 경영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이사회로부터 구조조정 등 많은 경영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된 것. 사모펀드의 대표가 투자 기업의 경영을 직접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박 의장은 1980년도 대입 예비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서울대 전체 수석 입학에다 법대 수석 졸업이라는 타이틀이 걸리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국내 최고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담당한 뒤 지금까지 45건의 굵직한 M&A를 성사시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9년 뉴브리지캐피탈의 자문변호사 역할을 맡아 제일은행을 6000억원에 사들인 뒤 올해 초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1조6500억원에 팔아 230%의 수익률 대박을 터뜨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하나로텔레콤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관심거리다.


이후 하나로텔레콤을 어떻게 포장해 매각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 ‥ 캐논·소니 제치고 디카시장 1위 '우뚝'


이중구 사장은 올해 삼성테크윈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환골탈태'시켰다.


'케녹스'라는 브랜드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휘어잡은 것이다.


지난 8년간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테크윈은 올해 슬림형 콤팩트 디카 '#1 시리즈' 등 히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캐논 소니 올림푸스 등 쟁쟁한 일본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꿰찼다.


지난 9월에는 800만 화소급 하이엔드 디카 '프로815'도 선보였다.


올해 국내외에서 판매한 디카는 450만대.이는 지난해보다 80%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 바로 1999년부터 삼성테크윈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중구 사장의 리더십이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이래 콤팩트 디카와 카메라 모듈 등 광디지털 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방산 부문에 매출이 쏠린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21세기형 하이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였다.


올해 삼성테크윈의 예상 매출액은 2조5000억원대로 지난해(1조9000억원)에 비해 32% 증가할 전망이다.


이 중 광디지털 사업은 1조1000억원 이상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IT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