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공주지역에 들어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토지 보상 문제를 놓고 한국토지공사와 주민들 간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충남 연기·공주지역 주민들은 19일 토지공사가 확정,통보한 보상가가 너무 낮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농지의 경우 보상금이 평당 20만원대로 수용 예정지역 인근 땅 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기군 연기리 수용 예정지역과 붙어 있는 땅은 도로를 낀 농지가 평당 50만원,맹지는 45만~50만원 정도여서 보상금으로는 농사를 지을 대토(代土)를 구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편 행정도시수용지주민보상대책위원회(임백수 위원장)가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부터 19일 오전까지 대전시 전민동 토지공사 행정도시건설사업단을 점거,항의시위를 하는 바람에 토지와 지장물에 대한 보상금 통지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보상지역 주민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으로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더라도 도시에 나가 살기 어려운 만큼 대토를 희망하고 있다. 은행 금리가 낮아 보상금을 은행에 맡겨 본들 예금 이자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데다 보상액도 기대보다 훨씬 적다는 이유를 들며 정부와 토공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연기군 남면 보정2리의 전성일씨(56)는 "보상금을 받아 오지로 들어가 화전이나 하며 살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가슴을 쳤다. 남면 종촌2리의 이완수 이장(63)은 "그동안 정부와 토지공사에 최대한 협조를 해줬는데 이제 와서 터무니없는 감정가를 제시하는 것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며 "이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마을 주민인 임운수씨(48)도 "전 마을이 단합해 농기계라도 끌고 나가 고속도로를 점거해야 한다"면서도 "국가가 하는 사업인 만큼 주민들의 반발이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공주시 장기면 당암1리 이규환 이장(41)은 "최근 행정도시 주변지인 공주시 대교·봉안리 일대의 땅값을 알아본 결과 밭은 평당 평균 50만원,논은 35만원을 웃돌고 있다"며 "이 같은 보상가로는 도저히 주변지역에서 땅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작 보상 수혜자는 농민들이 아니라 연기군 농협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농가마다 보통 1억∼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보상금이 풀리면 우선적으로 부채 상환에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주민들은 "가구별로 보상액이 많아야 3억원이 넘지 않는데 농협에 진 부채를 갚고 남는 1억원 정도로는 아무리 땅값이 싼 지역에 가더라도 현재 규모의 농지를 매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해 땅의 일부만 수용되는 연기면 연기리 등의 농가에서는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보상을 받으면서 농토와 주거용지를 한꺼번에 챙길 수 있는 데다 향후 지가 상승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창현·노경목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