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불안한 경기회복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KDI 전망은 설비투자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취업자수 증가세가 최근 다소 둔화(鈍化)하고 있다는데 근거한다. 한마디로 투자회복→고용증가→소득증가→소비증가로 이어지는 경기회복 선순환 고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경제분석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4% 후반에서 5%대로 전망하고 있지만 솔직히 불안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낙관적으로 보아 내년에 5% 성장을 하더라도 이를 두고 침체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도 어렵다. 3년간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성장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KDI가 공급쪽에서의 성장잠재력 확충, 다시 말해 투자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어 불안한 경기회복세를 시사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정책당국자들이 유념하지 않으면 안될 점이다. 한국은행의 올 3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유형자산 투자가 소폭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내년 들어서도 투자가 본격 회복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국내 83개 업종, 약 3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0%에 가까운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2002년 -0.7%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이 때문에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 또한 올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내년 경제정책의 중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들의 투자를 견인하는데 두어져야 한다. 기존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투자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에 나설 의욕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 특히 내년은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기업지배구조와 같은 문제에 간여(干與)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런 것은 기업들에 맡기고 과감한 규제 완화 등 투자분위기 조성에 올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