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을 피해 영국 중산층 가정의 네 남매가 시골 친척집에 간다. 그들은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중 옷장을 통해 신기한 '나니아'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말하는 동물들과 마녀가 살고 있다.


C S 루이스의 판타지소설을 영화로 옮긴 '나니아 연대기:사자,마녀,그리고 옷장'(감독 앤드류 아담슨)은 판타지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반지의 제왕'처럼 오딧세이 신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네 남매는 나니아 여행에서 욕심과 거짓말로 인한 서로 간 갈등을 딛고 용서와 우애라는 영약을 갖고 귀환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들이 악의 유혹에 끊임없이 휘둘렸던 '반지의 제왕'보다 한결 희망적인 인간본성이 담겨 있다. 네 남매는 교육을 받아 예절과 신의를 지킬줄 아는 건강한 어린이들이다.


나니아는 현실속 옷장을 통해 건너갈 수 있는 이웃처럼 친숙한 판타지 세계다. 그곳의 캐릭터도 낯익은 동물이나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괴물들이다. '중간지대'란 공간적 배경이나 '호빗족' 등 캐릭터들이 완전히 새로 창조됐던 '반지의 제왕'이나 고도로 인공적인 도시와 캐릭터를 담아냈던 '오즈의 마법사' 등의 환상세계와는 다르다.


나니아의 캐릭터들은 유럽인의 통념을 반영하고 있다. '정글의 왕'으로 통칭되는 사자는 여기서 어린이의 죄를 대신해 죽었다가 부활하는 '왕중왕' 그리스도로 묘사된다. 말하는 비버나 신화 속 반인반양(半人半羊)의 목신 등 혐오스럽지 않은 캐릭터들은 사자를 따르는 선의 세력이다. 그러나 미궁(迷宮) 속에서 사람을 잡아먹던 그리스신화의 괴수 미노타우로스나 각종 흉물스런 괴물,'위험스런 동물'로 각인돼 있는 늑대와 백곰 등은 마녀를 추종하는 악의 상징이다.


바위로 공중폭격하는 새의 모습을 톱샷(공중에서 내려보며 찍기)으로 잡은 전투신의 특수효과는 뛰어나다. 다만 전투신에서 어린이들의 활약상은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그들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힘이 부쳐 보인다.


29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