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기간 내내 평화적 시위로 현지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한국 농민시위대는 17일 오후 격렬한 시위 끝에 700여명이 홍콩 경찰에 연행됨으로써 마지막 순간 오점을 남겼다. 연행자 가운데 일부는 홍콩 재판의 판결에 따라 구속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컨벤션센터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는 홍콩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하려 하자 가드레일 등을 뜯어 휘두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농민과 홍콩 경찰 등 8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후 시위대의 해산을 종용했지만 시위가 이어지자 밤 9시께 교통을 통제하고 시위대를 포위했다. 자정을 넘겨 대치 중이던 홍콩경찰은 18일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에 있던 시위대 전원을 연행했다. 연행된 시위대는 홍콩법에 따라 조사와 재판을 거쳐 신병이 처리된다. 조환복 총영사는 "이들의 조기석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홍콩 경찰이 의법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시위주동자 일부의 구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총영사는 또 "연행된 사람은 모두 1120명이며 이 중 한국인은 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한국인 152명을 포함,여성 203명은 오늘 밤 풀려났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는 "영사관에서 면담한 결과 수갑을 채우는 등 인권침해로 볼 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위대에 우호적이었던 홍콩 언론들은 폭력시위로 번지자 일부는 이들을 '폭도'로 규정하는 등 일제히 비판적 논조로 돌아서 과격시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19일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현지에 급파,치안담당장관 경찰청장 등 홍콩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연행된 한국인을 원만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홍콩=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