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는 당초 목표 수준에 못미치는 합의사항만 내놓은 채 폐막됐다. 회의 기간 내내 평화적 시위로 현지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한국 농민시위대는 지난 17일 오후 격렬한 시위 끝에 600여명이 홍콩경찰에 연행됨으로써 마지막 순간 오점을 남겼다. 연행자 가운데 일부는 홍콩 재판의 판결에 따라 구속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컨벤션센터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는 홍콩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하려하자 가드레일 등을 뜯어 휘두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농민과 홍콩경찰 등 8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후 시위대의 해산을 종용했지만 시위가 이어지자 밤 9시께 교통을 통제하고 시위대를 포위했다. 이 과정에서 조환복 홍콩 총영사 중재로 홍콩경찰과 농민단체 간 협상을 벌였으나 홍콩경찰측은 "의법처리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협상은 무산됐다. 농민단체 대표는 협상에서 "시위 격화는 홍콩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정을 넘겨 대치 중이던 홍콩경찰은 18일 새벽 3시부터 정오까지 현장에 있던 시위대 전원을 연행했다. 연행된 시위대는 홍콩법에 따라 조사와 재판을 거쳐 신병이 처리된다. 조환복 총영사는 "이들의 조기석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홍콩경찰이 의법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시위주동자 일부의 구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19일 홍콩에 급파,홍콩의 치안담당장관 경찰청장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 시위농민들에 대한 원만한 처리방안을 협의토록 했다. 이번 회의는 추상적 선언문 합의를 놓고도 진통에 진통을 거듭,향후 DDA협상 타결은 물론 WTO 체제 순항 여부에도 의문을 낳게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최대 현안이었던 농산물 협상 결과는 '미미한 진전'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료선언문에 '민감품목'과 '개도국 특별품목' 지정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담음으로써 한국 농산물이 대대적인 관세인하라는 소나기는 피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감품목으로 지정되면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해 일정한 피해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특별품목은 개도국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은 협상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003년 칸쿤회의에서 예고된 개발도상국들의 세력화는 이번 회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빈개도국은 끈질긴 협상 끝에 선진국들로부터 원칙적으로 수출물품에 대해 무관세 무쿼터 혜택을 제공받기로 하는 성과를 얻어냈으며 브라질 등이 주축이 된 G20은 '농산물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얻지 못하면 공산품 분야에서의 협상진전도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WTO는 내년 3월까지 구체적인 관세감축 방식에 대한 합의를 거쳐,상반기 다시 각료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협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홍콩=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