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 주한미국대사 > 홍콩에서 회원국 통상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주일여의 협상을 가진 뒤 어제 폐막했다. 이번 협상은 세계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성장과 경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 149개 WTO 회원국 통상 장관들은 홍콩 각료회의의 기회를 십분 활용해 2006년 말까지 농업과 상품, 서비스 분야에서 무역장벽을 대폭 축소할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협상에서 성공하면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WTO 회원 각국은 도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세계 무역 자유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주요 협상 분야에서 야심찬 제안들을 내놓았다. 즉 농업관세와 수출 보조금을 비롯한 무역을 왜곡시키는 자국내 지원을 폐지하고,공산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인하하며,서비스 무역 증가를 저해하는 장벽들을 제거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의의 교착상태를 해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에도 미국의 야심찬 제안에 버금가는 대담한 제안을 내놓도록 촉구했다. 특히 농산물 관세 인하를 통해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은 개도국 지원에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농업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고용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로 총 노동력의 60%를 고용하고 있으며, 상품 수출량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농산물은 미국의 평균 농산물 관세율인 12%보다 다섯 배 이상 높은 62%의 평균 국제 관세율의 적용을 받는다. EU가 농업시장 접근성에 대한 의지를 갖고 농업 협상에서 과감한 제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도 전 세계 많은 빈곤국들이 자국 시장에서 농산물을 보다 자유롭게 판매함으로써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WTO 체제가 앞으로도 더 큰 결실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 한국도 강조했듯이,개도국들은 앞으로도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 다른 회원국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장벽들을 낮출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시장 접근성이 높아지면 개도국들의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은 선진국 및 다른 개도국 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접근성도 확보할 수 있다. 개도국의 전체 무역액 중 개도국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관세는 이들이 전 세계 무역 거래에서 지불하는 총 관세의 70%에 이른다. 최근 브라질과 인도는 제조업체들을 위한 시장 접근성을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좋은 출발점이며 우리는 다른 개도국들도 동참하길 바란다. 무역 자유화를 염려하는 국가들은 WTO가 무역보호 조치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협상 기본 합의에 따르면 일부 품목은 무관세화에서 제외된다. 또한 이 합의는 개도국에 소폭의 관세인하나 관세화 유예연장 등의 혜택, 즉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를 부여하는 것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WTO 회원 각국은 야심찬 목표와 포괄적인 비전,그리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그리고 무엇보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도하 라운드라는 기회를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한국에서 방글라데시까지, 그리고 세네갈에서 태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들은 함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