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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가 있는 갤러리] '바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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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끈거리는 어둠속 누군가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붉은 살점 타는 냄새 번들거리는 입술들 소란한 불빛 이마에 번진다.


    사내는 피우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짓이긴다.


    차가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얼굴,


    그 눈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고깃점을 찢는다.


    질긴 살은 이빨 사이에 끼어 씹히지 않고 그는 못생긴 입술로 수십개의 이빨을 얼른 덮어버린다.


    오래전에 봉인된 편지는 주머니에서 부스럭대고,무턱대고 씹어대던 질긴 시간은 목구멍에 걸려 컥컥거리는데


    포만으로 더워진 뱃속 울렁거리며 부풀어 오르는 그것,


    검은 드럼통처럼 팽팽한 한숨과 덧없는 환멸을 목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사내는 끈끈한 공기를 헤치고 창으로 다가선다.


    - 이기성 '송년파티'부분




    자진해서 송년회에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소 과장되거나 썰렁한 분위기,자욱한 담배연기,고기 타는 냄새,대책없는 포만감과 구토,불콰한 얼굴들, 서로 엇나가다가 때론 충돌하는 말들….대개의 경우 통과의례처럼 거쳐가야 하는 송년회에 불편해한다.


    육식성으로 번들거리는 풍경,그 집요한 묘사와 섬뜩한 디테일.출구 없이 버둥대는 우리의 삶을 압축해 놓은 게 아닌가 해서 소름이 돋는다.


    '끈끈한 공기를 헤치고 창으로 다가선 사내'는 어디선가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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