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가 15일 일본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에 지분 10%를 넘겨주면서까지 제휴를 맺은 데는 이동통신 시장 판도를 통째로 흔들어 재편하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제휴를 계기로 차세대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로 본격 전환함으로써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KTF가 서둘러 WCDMA로 전환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의 주파수로는 SK텔레콤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KTF가 사용하는 1.8㎓ 주파수는 SK텔레콤이 사용하는 800㎒ 주파수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중계기를 더 많이 깔지 않으면 통화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 대역을 쓰는 WCDMA로 넘어가면 주파수 핸디캡이 사라진다. KTF가 파트너로 택한 NTT도코모는 W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NTT도코모의 검증된 노하우를 활용하면 WCDMA 서비스 초기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네트워크 설계나 단말기 개발에서 앞서갈 수 있다. WCDMA보다 한단계 아래인 CDMA와 여기서 진화한 EV-DO 서비스(준)로 재미를 보고 있는 SK텔레콤이 서둘러 WCDMA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WCDMA 서비스에서 앞서가면 KTF는 국제 로밍(국내에서 사용하는 휴대폰과 번호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동통신에서 가장 앞서가는 일본과 한국의 사업자가 제휴하고 나면 각국의 WCDMA 사업자들이 이들과 제휴할 가능성이 커진다. KTF와 NTT도코모가 아시아를 필두로 글로벌 로밍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KTF 가입자는 세계 어디든지 자기 휴대폰을 들고 나가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KTF는 장기 목표인 중국 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독자 표준도 만들었지만 WCDMA 기반 서비스도 할 가능성이 크다. 반일감정에 막혀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NTT도코모는 KTF와 손을 잡고 나면 중국에 진출하기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 KTF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와 제휴함으로써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재무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KTF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지분은 2% 안팎으로 미미하다. 게다가 지분 매각 대금 5649억원이 들어오면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되고 차세대 서비스에 필요한 투자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KTF로서는 제휴에 따른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NTT도코모가 10%의 지분을 내세워 KTF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KTF는 이 같은 우려를 전면 부인하지만 경쟁과 협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 통신시장 속성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NTT도코모는 제휴를 통해 2000년부터 추진해온 한국 진출에 성공했다. KTF와 함께 글로벌 로밍 네트워크를 구축해 WCDMA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게 됐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