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호제지 껍질만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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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영천관광호텔.영하 10도의 혹한 속에 새벽부터 두툼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새 경영진 선임을 위한 신호제지의 임시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러 온 것이다.
신호제지는 지난 8월 코스닥 상장기업인 국일제지가 1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서부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김종곤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은 국일제지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신안그룹을 백기사로 끌어들이는 등 전면전에 나섰다.
이에 국일제지측도 신한은행을 우호주주로 끌어들였다.
이런 식으로 4개월간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 경영권 다툼을 결정지을 임시주총이 이날 지방 소도시의 조용한 아침을 깨운 것이다.
하지만 임시주총도 경영권 분쟁을 끝내 마무리짓지는 못했다.
국일제지측이 새 경영진을 선임하는 시간에 기존 경영진도 인근 식당에서 별도의 임시주총을 열고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들을 선임했다.
걱정되는 것은 이처럼 분쟁이 끝을 모르게 장기화되면서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만 해도 호텔 주변을 서성이던 주주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신호제지 본사 및 공장 현장 직원들이었다.
주총장에 왔던 신호제지의 한 말단 직원은 "양쪽의 임시주총에 불려다니느라 하루를 종쳤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신호제지 공장 직원들은 경영진 요구로 국일제지 규탄집회에 참여해야 했었다고 기자회견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신호제지는 종이수요가 몰리는 연말 대목경기를 놓치고 있다.
신규고객 확보는커녕 기존 영업망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3일의 임시주총을 계기로 신호제지 경영권 분쟁은 또다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최종 판결까지 신호제지의 회사 분위기는 안정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법원측의 조속한 대처가 요구된다.
신호제지가 지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관련 금융회사에 1조여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만들었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임상택 벤처중기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