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고 있다면 자산운용사들은 '한국판 피델리티'로의 도약을 열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독립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상장지수펀드(ETF)의 절대강자인 뱅가드,채권형 펀드 시장의 선두주자인 핌코(PIMCO).


이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는 모두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이후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인 미국의 '401K' 도입과 지속된 저금리 기조 및 증시 활황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피델리티의 경우 현재 전 세계 2000만명 이상의 고객이 맡긴 1조달러가 넘는 돈을 운용 중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뮤추얼펀드 등 총수탁액 1조1169억달러.전체 국내 펀드 수탁액이 채권형과 주식형을 통틀어 지난 9일 현재 1951억달러(203조원)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피델리티가 보유 중인 뮤추얼펀드 수만 354개에 달하고 대표 펀드인 마젤란펀드 수탁액만 549억달러에 이른다.


1946년 창립된 피델리티의 첫 자산운용 규모는 1300만달러에 불과했다.


업계 처음으로 주식펀드를 내놓고 적립식 성장주 펀드를 히트시키는 등의 꾸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중반까지 펀드 수탁액은 20억∼4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본격 도약은 다우지수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80년대에 찾아왔다.


저금리 상황에서 간접투자가 활성화되자 피터 린치가 운용하던 마젤란 펀드를 대표 펀드로 육성하기 시작했고 뮤추얼펀드 수탁액이 85년 무렵엔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기업연금 유치 등 장기 투자자 유치 노력을 강화하면서 87년에 마침내 업계 1위로 올라섰고 91년에는 전체 뮤추얼펀드 규모가 1100억달러까지 커졌다.


90년대 이후에도 줄곧 성장세를 지속,2000년 수탁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002년 한때 피델리티를 제치고 자산운용 규모 1위에 올라서기도 했던 뱅가드나 핌코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독립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먼저 자산운용사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위한 기업연금 세제 혜택 확대 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독립 운용사와 금융회사 계열 운용사가 각각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