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 휴잇어소시엇츠 한국 대표 kris.park@hewitt.com > 얼마 전 싱가포르의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나는 인적 자원 관리 측면의 주제 발표를 위해 휴잇의 싱가포르 지사장과 함께 참여하였고 법률적인 측면,세무 및 회계적인 측면의 주제에 관한 다른 전문가들의 발표도 관심 있게 들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것은 실제 현재 한국에서 투자 및 사업을 하고 있는 사례 발표들이었다. 부동산 투자 기업과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는데,나름대로 시장과 고객 그리고 직원들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펼치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험담하는 것을 몰래 엿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회의장에 대부분 외국인들이 앉아 있고,그들이 하루 종일 한국에 관해 얘기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한국인이 오롯이 앉아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참으로 기이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와 우리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조심하면서 얘기하고 있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힘들고,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며,한국에서 경영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은 참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한국의 인적 자원에 가진 자부심이 크고 무엇보다 한국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에 썩 매끄럽지 못한 영어이지만 나의 메시지는 분명했고 스스로 상당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4년도 IMD의 '세계 경쟁력 연감'에 의하면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두 배이며 반면 임금 증가율은 30% 정도 낮다. 모두 두려워하는 노조 가입률도 10.6%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싱가포르 시내 호텔에서 컨퍼런스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쇼핑 거리인 듯,크리스마스 캐럴이며 붐비는 거리의 사람들이 활기차 보인다. '부기스 정션'이라는 팻말이 보이는 노천 카페에 앉아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조그만 광장에 플랫한 스타일의 분수대가 있고 아이들이 너댓 명 번갈아 가며 들어가 몸을 적시면서 깡총깡총 뛰고 있다. 아이들은 옷이 흠뻑 젖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신이 나서 뛰고 함께 온 어른들은 말리지 못하고 만다.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 인천 공항에 내리니 정말 춥다. 나는 여름 옷을 입고 맨발에 코트를 입었다. 택시 기사가 내려서 여행 가방도 실어 주지 않고 인사말도 건네지 않는 것을 보니 서울에 온 것이 분명하다. 1년 내내 덥거나 따듯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사계절이 치열하게 뚜렷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동성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고 강점 위에 우리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