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12일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 파업에 대한 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비판,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주무 부처인 노동부와 건설교통부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당정협의까지 한 사안인데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긴급조정권은 불가피하게 사용해야지 노무관리 차원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아직도 우리 기업의 노무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하고 "기업의 노무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특별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이강진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날 발언은 노동부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파업 나흘 만인 11일 긴급조정권을 전격 발동한 것을 놓고 "정부가 노동권을 침해하는 긴급조정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총리실이 사실상 긴급조정권 발동을 승인한 상황에서 이 총리의 발언은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동부도 일단 이 총리의 지적은 파업사태를 촉발한 대한항공의 노무관리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자칫 이 총리의 발언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긴급조정권 조기발동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간 인식공유가 있었으며 노동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었다"고 강조,우회적으로 총리실을 비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된 지 나흘 만에,그것도 교섭이 파업 후 두 차례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조정권이 동원된 것은 노동부 권한 밖이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일부 간부는 아예 "이번 결정에 노동부는 없었다"며 정부 차원의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노동부는 대한항공의 '지원요청'에 대해 "노사교섭이 우선"이라며 돌려보냈다. 연말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상황논리'를 들어 파업첫날부터 긴급조정권 발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건설교통부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총리의 언급은 사측이 파업까지 가기 전에 노사문제를 (노사자율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사측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조정만 요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기·이관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