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1대1 과외'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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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매도·매수 주문을 허위로 낸 혐의를 잡았습니다."(부산지검 K 검사)
"먼저 관련 주식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뒤 실질적인 '물주'를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서울중앙지검 L 부장검사)
검사 2년차로 부산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는 K 검사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검찰 내부망에 접속한다.
내부 메신저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의 L 부장검사와 채팅을 하기 위해서다.
K 검사는 일면식도 없는 L 부장검사와 메신저로 수개월째 수사 중인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
L 부장검사는 K 검사의 멘토(Mentor)다.
멘토란 기업 학교 등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를 뜻하는 말.K 검사는 수사상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검찰 내부 통신망의 '멘토 검색시스템'을 이용,메신저를 통해 검찰 내 다른 선배들로부터 수사기법을 전수받는다.
내년부터 검찰 내 '멘토시스템'이 도입된다.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는 부장검사급 이상의 전문가를 첨단범죄 분야별 '멘토'로 위촉,이들이 직접 검찰 내 후배를 양성하고 지도하는 '첨단범죄수사 전문 네트워크' 시스템을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12일 밝혔다.
수사 경력이 짧은 초임 검사들로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인 부장검사들의 풍부한 수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임검사가 다루기 힘든 금융범죄 등 복잡한 사건의 경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첨단범죄 분야를 △회계분석 △금융·증권 △조세 △외환 및 국제공조 △금융거래 추적 △컴퓨터 범죄 △기술유출 및 지식재산권 등 모두 7개로 나눴다.
멘토로 선발된 37명(부장검사 34명,사무관 3명)은 후배들에게 수사 노하우를 전수할 방침이다.
앞으로 수사 중 어려움을 겪는 검사는 이메일이나 팩스 등으로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에 '멘토 요청서'를 보내면 첨단범죄수사과는 선별된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
이후 멘토가 되는 선배 검사는 이메일이나 전화,화상채팅 등을 통해 수사 사안마다 후배인 담당 검사들에게 자문을 해준다.
첨단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사건 수사는 날로 어려워지는데 반해 선후배 검사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수사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회를 공식화하는 차원에서 멘토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첨단범죄 분야뿐만 아니라 특수수사와 마약 수사 등 전 분야로 이 같은 시스템을 확대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검사를 포함한 검찰 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인별 첨단범죄 분야의 전문성을 등급화하는 '첨단범죄수사 전문 인재뱅크'를 신설,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까지 이곳에 등록된 검사 98명과 일반직원 293명은 전문성 수준에 따라 이달 안에 4등급으로 분류된다.
최고 등급은 '전문마스터'이며 그 아래는 6시그마 운동에서 전문가를 뜻하는 '블랙벨트''블루벨트''그린벨트' 등으로 각각 불리게 된다.
첨단범죄수사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 두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검찰 인력의 전문성 확보와 후진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