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57
수정2006.04.03 07:58
증권업계는 그동안 증권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로 '법규와 제도의 미비'를 꼽아왔다.
자본시장 안에서도 증권 선물 자산운용업계가 제각각 나뉘어져 영역다툼을 하고,새 상품 하나 만들려고 해도 관련 법이나 규정 개정이 필요해 몇 달 또는 몇 년씩 걸린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다양한 금융투자상품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외부조건'을 탓하기에 앞서 증권업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자본 확충을 통한 대형화가 가장 시급하고,이에 못지 않게 국제적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드웨어(자본)와 함께 이를 활용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력)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꾸준한 인력투자와 적절한 보상체계 필요
"자본규모만 크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면 일본 금융회사들이 벌써 세계 최고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은행으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이 갖춰져야 합니다."(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증권사 내부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꾸준한 투자와 함께 노하우를 지닌 외부 전문가를 과감히 영입하는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시스템이 마련돼야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성장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재 사내외 교육 프로그램,각종 자격증 취득 지원 등 내부 인력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자산관리·기업금융·리서치센터별로 나눠 교육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우리투자증권도 현재 550명 수준인 자산관리 전문인력을 향후 2년 안에 7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40여개의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다.
대우증권은 내부 직원선발을 통해 운용 전문인력을 육성 중이며,현대증권은 교육과정을 점수로 누적해 인사 등에 반영하는 교육 마일리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전 직원의 금융전문가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사내 직원교육인 '대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영업에만 치중하다보니 시황이 좋으면 대거 사람을 뽑고 시황이 나쁘면 인력을 대거 줄이는 악순환이 계속돼 지속적인 전문인력 양성이 힘들었다"며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강화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증권사들이 꾸준히 인적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와의 제휴 등도 적극 활용
'교육'도 중요하지만 IB업무의 경우 실제 프로젝트를 통한 학습이 가장 확실하고 빠르기 때문에 '역량 축적' 차원에서라도 정부지분 매각건 등에 국내 증권사를 배려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나 국내외 동시상장 시 대표주관회사 그룹에 국내 증권회사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거나 인수합병(M&A) 또는 구조조정 딜에서 국내 증권사의 단독 또는 컨소시엄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외국계 증권사들과 인적교류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도 IB분야를 조기에 키울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경희 ABN암로 서울지점 대표는 "국내 증권사는 우선 덩치를 키우고 동시에 국제적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증권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빠른 시일 내 역랑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단순한 업무제휴보다는 일본의 닛코씨티살로먼증권처럼 조인트벤처 형식이 돼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닛코씨티살로먼증권은 일본 토종 증권사인 닛코증권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씨티그룹과 손잡고 설립한 IB업무 전담 합작회사로 일본 M&A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인력 확충은 기업금융뿐 아니라 개인고객 상대의 자산관리 업무에서도 필수 요건이다.
고객이 증권사와 펀드매니저를 신뢰해야 자산을 맡길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헌 대우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은 "외국의 경우 소규모 투자클럽 등에서 시작해 수익률로 검증을 받으면서 성장한 펀드매니저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뮤추얼펀드를 판매하고 운용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기간 검증된 실적을 쌓은 펀드매니저들이 많이 나와야 고객들이 증권사를 믿고 자산을 맡기는 진정한 의미의 자산관리업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