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납회 ‥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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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한 차례의 폭설 뒤에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나니 12월도 어느덧 중반이다.
오후 다섯 시만 넘으면 온통 어둑어둑해지는 것이 완연한 겨울이다.
2005년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미처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가는 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에는 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요즘 골프장마다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란 소식이다.
해가 짧아지면서 라운딩할 시간은 줄어든 반면 납회(納會) 같은 단체모임을 갖는 아마 골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납회 골프날 생애 최고의 스코어를 다짐하는 것은 아마 골퍼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골프다.
'올해 마지막'이란 심리 때문인지 괜히 평소보다 어깨에 힘도 더 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미스 샷이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아마 골퍼들의 가장 큰 단점은 쉽게 만족한다는 것이다.
점수가 잘 안 나와도 그날 쇼트 게임만 잘되거나 드라이브가 경쾌하고 비거리만 많이 나도 흡족해한다.
하지만 내년 라운딩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올해 게임에서 무엇이,왜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교정에 나서야 한다.
'올해는 5타쯤 줄여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실력이 느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달성 여부가 확실치 않은 장기 목표만 자꾸 강조하고 드러난 문제를 대충 넘길 게 아니라 유력한 분야를 선별해 중·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변수를 꼼꼼히 체크함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무역부문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286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 달성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고유가와 미국의 경상적자 누적으로 인한 환율 불안,선진국 금리인상 및 국제테러에 따른 소비 위축 등 대외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IT제품을 중심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고유가로 수입단가는 오히려 상승,수출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이에 따른 손실은 국내총소득(GDI) 감소로 이어져 경기상승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스터즈 대회가 열리는 날,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아가던 한 골프 마니아가 마침 들판에서 일하고 있던 농부에게 "어떻게 하면 오거스타에 갈 수 있느냐"면서 길을 물었더니 "오직 연습,연습,연습뿐이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있다.
우리 무역업계에도 이번 겨울은 새로운 목표를 위해 남들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첨단제품과 전방위 마케팅을 강화하는 단련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무한경쟁의 무역전선에 납회(納會)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