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이틀째를 맞아 화물처리 지연 및 운임 상승,제주도 관광수요 감소 등으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항공업을 철도 병원 등 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면 파업 돌입 전이라도 중앙노동위원회의 강력한 중재를 통해 파업을 막을 수 있다. 아시아나에 이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과 관련,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건설교통부가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사실상 입법화 작업을 손 놓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떠넘긴 건교부 건교부 관계자는 9일 "아시아나 파업사태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8월 노동부에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후 추진 여부는 노동부의 소관"이라고 밝혔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책임을 노동부에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사관계선진화 방안(로드맵)'의 기본 방향과 반대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내년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현재 각계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노사관계 로드맵은 근로자 파업권을 국제기준에 맞춰 보장해주자는 취지로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제도와 이에 따른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우남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 8월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운송사업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외면으로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요건 명확히 해야 추병직 건교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당정 협의를 열고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파업과 비교해 대한항공은 항공 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긴급조정권 발동 등 특단의 대책도 강구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감안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신속히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당정 및 재계 등의 요구가 빗발치자 노동부는 뒤늦게나마 "이르면 10일 중 긴급조정권 발동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사,노정 관계에 큰 후유증을 남기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동시점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발동 여부를 노동부 장관의 주관에 맡겨야 하는 데다,발동 요건인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도 추상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며 "귀족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인 만큼 지체 없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