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일(反日)정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할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총사업비로 약 100조원을 들여 건설중인 고속철도의 사업자 선정과 관련, 그동안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되던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하야데'가 최근 중국내 반일정서 확산으로 독일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방침 고수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의 잇단 과거사 망언에 중국인들의 정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국 정부가 이달 중순 제9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열릴 예정이던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사실상 취소하자 "사업자 선정에 키를 쥔 중국 당국도 마음을 바꾼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게 된 것이다. 중국내 분위기는 최근의 해프닝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달 21일 일본 언론이 중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하이데 60량을 구매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중국 철도부가 직접 나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일종의 '짝사랑'으로 일축했다. 일본 언론 보도 이후 들끓는 중국인들의 반발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03년 이후 꾸준히 신칸센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대륙에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침략국' 일본의 철도가 다닐 수 없다"고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사 파문이 일어날 때마다 일본 관련 업계는 양국 관계의 동향과 특히 중국내 정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이런 점을 노리고 경쟁자인 독일 이체(ICE), 프랑스 테제베(TGV) 등이 교묘하게 중국을 파고 들고 있다. 특히 독일은 중국 당국에 자본.기술 제공 등을 앞세워 중국 최고위층에 로비공세를 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이미 독일은 상하이(上海) 시내와 푸둥(浦東)공항을 잇는 30㎞ 구간의 자기부상열차를 완공시킨 경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베이징(北京).상하이.광저우(廣州).우한(武漢)을 각각 세 시간에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구상이다. 빠르면 2008년부터 베이징-상하이, 상하이-광저우 구간에 고속철도를 운행할 계획이다. 고속철도망의 전체길이는 1만2천㎞로 추정된다. 현재 우한-광저우, 정저우(鄭州)-시안(西安) 구간에서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업계 관계자는 6일 "고속철 사업자 선정은 경제적인 변수 뿐 아니라 정치적 요인도 결합돼 있다"면서 "일본이 향후 어떤 행보를 하느냐가 중국내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