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업종 1위인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지난 9월 말 현재 199조원.이에 비해 증권업종 시가총액 1위인 삼성증권의 총자산은 고객예탁자산을 포함하더라도 64조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액도 국민은행이 20조5320억원,삼성증권이 1조5억원으로 무려 20배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은 국민은행이 1조7403억원에 달한 반면 삼성증권은 712억원에 그쳤다.


뿐만 아니다.




국민은행의 지점 수는 1084개에 달한 반면 삼성증권 지점수는 고작 83개에 불과하다.


또 국민은행 고객수는 2500만명에 달하지만 삼성증권 고객은 28만여명에 그친다.


증권업 전체로 봐도 은행업과의 격차는 확연하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증권사는 모두 41개로 은행 19개(농협 수협 포함)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1조989억원으로 은행 전체 영업이익 3조2115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의 투자지표인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8%로 은행(14.3%)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로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의 규모는 은행에 비하면 그야말로 구멍가게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규모가 이처럼 영세하다보니 국내 자본시장 핵심기능은 대부분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들의 몫이 된지 오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국내 기업들의 국내외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기업공개나 주식 및 채권발행)에서 전체 규모의 70% 이상을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독차지했다.


국내 기업간 인수합병(M&A)에서도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거래실적이 국내 증권사들보다 더 많다.


더욱이 증권사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져온 분야도 은행 등 제1금융권에 속속 잠식당하고 있다.


펀드 판매가 대표적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펀드판매 비중은 올초 70.1%에서 지난 9월 말 67.6%로 줄어든 반면 은행은 28.6%에서 30.6%로 늘어났다.


펀드판매 계좌 수로는 이미 은행이 증권사를 앞질렀다.


지난 10월 말 현재 은행의 펀드판매 계좌 수는 515만여개,증권사는 357만여개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증권사 전체의 판매계좌 수가 국민은행 한곳에서만 판매된 계좌 수보다 적고 판매잔액도 상위 5개 증권사를 합쳐야 국민은행을 따라잡는 형편이다.


수익구조도 열악하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여전히 절반을 웃돈다. '돈되는' 기업금융은 고작 6.4%에 불과하다. 이런 까닭에 증권사들의 수익은 증시 상황에 따라 춤을 춘다. 이에 비해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경우 위탁매매 점유율은 19%에 그치는 반면 기업금융이 45%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업의 이 같은 영세한 구조가 자본시장 약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자본조달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상장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기업공개 등으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2조914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증시 자금조달 규모는 이미 지난 2000년 이후 벌써 5년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증권사들의 영세한 구조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등 제1금융권에 비해 초라한 경쟁력으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선진 투자은행을 따라잡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빅뱅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강신우 한국운용 부사장은 "이대로 가다간 동북아 금융허브는커녕 국내 자본시장이 고사위기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법은 자본시장의 첨병인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증권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자본시장 통합법은 조기에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더라도 몇가지 문제는 남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보성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보면 은행도 선진국 투자은행 수준의 업무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이 경우 자본시장 통합법상 제시된 증권사 영역확대와 이해가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특별취재팀=최완수 증권부장(팀장) 강현철 손희식 조주현 차장,박성완 김수언 김태완 정종태 백광엽 박해영 고경봉 주용석 이상열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