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현 < 금융硏 선임연구위원 > 2005년 9월 말까지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조원 대에 이르러 올해도 사상최대 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매년 이익을 늘려나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의 사상최대 이익 경신에 대해서는 정책당국뿐 아니라 은행 고객의 시각도 그다지 곱지 않다. 이는 국내은행이 비올 때 고객으로부터 우산을 빼앗아 가고 해가 날 때 우산을 제공하는 곳,즉 고객 입장이 아닌 은행 입장에서 영업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고객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금중개역량은 대출고객의 원리금 상환능력 평가를 위한 고객 정보생산능력과 함께 대출 실행 이후에 대출고객의 원리금상환능력의 변화과정을 관찰하는 모니터링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대출 승인과정에서 은행이 대출고객의 현금흐름을 파악해 부도확률을 산출하고 이를 기초로 신용리스크 스프레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출이 이뤄진 이후에는 고객이 대출약정서에서 은행과 약속한 바를 이행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약속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대출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은 이 같은 자금중개역량이 취약해 신용리스크가 큰 한계고객의 금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신용경색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출고객이 기업이냐 혹은 개인이냐에 따라 은행에 요구되는 자금중개역량은 큰 차이가 난다. 기업고객에 대한 자금중개역량은 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에 가까운 반면,개인고객에 대한 자금중개역량은 고객 자료의 분석에 기초하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자금중개역량을 독립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업고객에 대한 자금중개역량을 강화하려면 산업 및 기업에 대해 전문화된 지식을 보유한 심사역과 릴레이션십 매니저를 은행이 다수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종 선도기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인재들을 업종별로 10여명 내외 충원하는 동시에 기존 심사역과 릴레이션십 매니저의 경력관리를 특정 산업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산업 및 기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수백명의 심사역과 릴레이션십 매니저를 확보하게 되면 현금흐름창출능력을 갖고 있지만 담보가 없어서 대출을 못 받는 중소기업들의 신용경색이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개인고객의 경우에는 고객의 니즈와 신용도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고객에게 적절한 신용한도를 제공해야 효과적인 자금중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이 개인고객의 채무상환능력,리스크 성향,금융 니즈 및 연체시 회수 가능성 등을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통계학,수학,경제학,공학,경영학 석.박사를 대규모로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은 계량분석능력이 뛰어난 인력이 많지 않아 대대적인 외부인력의 영입이 필요하다. 국내은행이 자금중개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와 함께 기존 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 및 훈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매우 짧은 기간밖에 재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은행의 경영자들이 획기적으로 결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사회는 좋은 경영자를 선임해 경영자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은행의 자금중개역량을 키워나가도록 10년 이상 재임토록 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은행의 자금중개능력이 확충돼 금융문제를 고객이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해결해주면 고객은 은행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고객의 만족과 신뢰는 은행과의 거래를 심화시킴으로써 은행의 수익을 성장시키게 된다. 이 같은 선순환구도에서 발생하는 사상최대의 이익 경신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은 물론 고객도 당연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