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편에 선 사법부 만들기'가 본격화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2일 오전 전국 법원장회의를 소집해 "친절하고 공정한 법원이 되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며 사법부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거친 숨소리를 내는 국민을 편안케 할 구체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며 일선 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법부가 국민 앞에 몸을 낮추겠다며 여러 안을 제시했으나 판결문 쉽게 쓰기 등과 같이 현재 추진 중인 과제와 중복되는 것이 많아 신선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관의 반말투 언행 사라지나 재판을 받는 국민이 '친절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판사들의 언행을 바로잡기 위한 수시 모니터링과 클리닉이 도입된다. 대법원은 현재 서울중앙지법과 서울 시내 일선 법원,의정부 지법,인천 지법에서 재판 과정을 촬영하고 있으며 법관의 반말투 및 강압적 언행의 문제점을 분석 중이다. 김상준 대법원 송무국장은 "법관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적절한 언어사용 사례를 수집 중이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의뢰해 이를 고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앞으로는 법관에 대한 법정 모니터링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또 신임 법관 연수,신임 재판장 연수 등 법관 연수 과정에 클리닉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며 법정 커뮤니케이션 클리닉도 설치하기로 했다. ◆서비스 수준 제고 사법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법원을 찾아오면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곳곳에 서비스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민사 제도를 고쳐 소송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게 하고 판결문을 이해하기 쉽게 쓰기로 했다. 또 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률 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전자 법원을 도입해 빠른 재판 서비스를 구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관 인사 시스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법관의 인사 기준으로 삼고 있는 기존 근무 평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근무평정제도에선 세부 기준을 다섯 단계로 나눴으나 새로운 인사 개선안에선 세부 기준을 세 단계로 줄이게 된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근무 평정이 아닌 다른 기준을 마련해 법관 사이의 형평을 맞춰 주는 인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인사 시스템 개선 방향을 전했다. ◆종이판결문 사라진다 전국 법원에 송달 데이터 전자 송·수신 시스템을 구비,장기적으로 종이로 된 재판 기록과 판결문 등을 전자 파일로 대체한다는 내용도 사법제도 개혁 과제에 포함됐다. 종이 판결문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 진행 속도가 한결 빨라지고 판사들의 업무도 줄게 된다. 이와 함께 회사 정리ㆍ화의ㆍ파산 사건을 관리하는 통합 도산시스템을 만들어 그간 기초적인 사건 정보가 관리되지 않고 전산 지원이 안 된 탓에 저조했던 소송진행 효율도 높이도록 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