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상하이에서 기업정보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이코리안 김국태 사장(40)의 업무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말이다.


김 사장은 그 다짐대로 쉴 새 없이 중국을 돌아다닌다.


상하이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 올해 위쪽으로는 선양에서 아래로는 광저우까지,또 서쪽으로는 청두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중국 도시치고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드물다.


그가 하는 일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기업의 위치와 연락처는 물론 그 회사의 경영진,투자규모,중국측 파트너 등을 조사한다.


영업 상황 등 좀더 깊은 내용은 해당 회사가 밝히기를 꺼려해 어려움이 많단다.


현재 약 1만8000개의 기업데이터를 갖고 있다.


1년 동안 계속된 강행군의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은 최근 출판된 한국투자기업의 옐로페이지(전화번호부).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1만5000개 한국기업의 주소와 전화번호,간단한 회사정보(업종 취급품목 등)를 담았다.


'신뢰와 정확성이 데이터서비스의 생명'이라는 모토 아래 본인이 직접 점검,확인하지 않은 업체는 올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로서는 옐로페이지 광고가 수입의 전부이지만 장래는 밝다고 김 사장은 낙관한다.


그는 옐로페이지 사업 성과를 묻는 질문에 "직원 25명을 굶기지 않는 정도"라며 "사업시작 1년 만에 경상경비는 해결할 수 있으니 성공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김 사장은 축적된 기업DB를 활용,콜센터(전화번호 안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명의 직원들이 전화(021-6465-3114)로 문의해오는 한국기업 전화번호를 무료로 안내해 주고 있다.


중국 114로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한국기업 전화번호도 그의 콜센터를 통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또 인터넷(www.ekorean114.com)으로도 기업안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상하이 주변의 화둥지역,톈진과 산둥,광둥성 등 1만8000여개 기업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 한국기업들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톈진 광저우 등에 영업거점(사무소)을 설립하기도 했다.


김 사장이 기업정보사업에 뛰어든 것은 작년 말.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팀 중국 주재원이었던 그는 회사를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넓은 중국 천지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게 퇴직의 이유였다.


중국인을 상대로 네트워크 시스템 건설과 제품 판매 등의 영업 경험과 업계 중국 인사와의 관시(關係)가 지금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단다.


"삼성 근무시절 한국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중국업체들이 많은데 접촉 채널이 없어 아쉬워하는 중국업체들이나 중국 진출 다국적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잘하면 비즈니스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통신네트워크 전문가인 김 사장의 비전은 한국과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보 파워하우스' 설립이다.


중국업체에는 한국기업 정보를,한국업체에는 중국기업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정보교류 인프라를 대규모로 깔아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국 기간통신사업자인 중국전신과의 협력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전신이 갖고 있는 중국기업 DB와 그의 한국투자기업 DB를 묶어 양국 기업에 통합 기업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제조업은 한물 갔고 서비스업에 도전할 시점"이라는 김 사장은 지금 사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상하이에 한·중 비즈니스 전문 종합컨설팅회사를 세운다는 미래 청사진도 갖고 있다.


머지않아 활성화 될 중국과 한국기업의 인수합병(M&A) 붐에 대비하자는 포석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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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비즈니스컨설팅 사업은 대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해본 사람들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투자금이 많지 않고,회사설립도 간편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사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들이 있다.


▲중국 비즈니스컨설팅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기업정보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중국인과의 관시(關係)가 될 수도 있다.ㅍ중국의 거시경제, 산업별 이해는 기본이다.


▲중국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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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주력 분야를 설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서비스 범위를 광범위하게 잡기보다는 자신 있는 특정 산업에 특화한 뒤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또 컨설팅 내용도 투자자문인지, 브랜드홍보 지원인지,기업 간 인수합병인지 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비즈니스 컨설팅 시장은 이미 많은 업체가 난립, 경쟁이 심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국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