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줄곧 매수세를 이어왔던 '코스닥 최대 큰손' 오펜하이머펀드가 지분 매각에 나섰다.


수년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포천홀딩스,엘렉트라파이스트펀드,GMO이머징마켓펀드 등도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털어내고 있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의 장기 보유 외국계 펀드들이 일제히 지분을 팔기 시작하자 차익실현이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계 펀드 묵혔던 주식 처분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펜하이머 펀드는 최근 장내매도를 통해 GS홈쇼핑의 지분을 15.50%에서 14.21%로 줄였다.


이달 중순께부터 외국인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던 GS홈쇼핑의 주가는 조정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오펜하이머가 지분 축소 공시를 한 것은 지난 7월 초 더존디지털웨어 지분을 매도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오펜하이머는 올해 초부터 줄곧 '사자'에 나섰고 특히 하반기에는 무려 1500억원어치를 쏟아부으며 15개 기업의 주요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오펜하이머뿐만 아니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강세에도 묵묵히 관망세를 유지하던 장기 투자 외국계 펀드들이 최근 지분 매각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인티큐브 지분 16.21%를 확보했던 엘렉트라파이스트펀드는 이달 들어 주가가 17개월 만에 2000원 선을 돌파하자 모두 팔아치웠다.


또 아시안포천홀딩스도 동양매직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자 5년여 만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 밖에 GMO이머징마켓펀드도 최근 코스닥시장의 보유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개별 종목 지분 현황 체크해야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코스닥시장 내 장기 펀드들의 지분 매각이 향후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오펜하이머가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파급효과가 만만찮다.


이 펀드가 가지고 있는 코스닥 상장 업체 지분만 무려 4780억원어치에 이른다.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량이다.


시장을 완전히 떠날 가능성은 적지만 개별 종목별로 지분을 털어낼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22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증권업계에서는 강세 기조는 유효하지만 단기 과열을 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경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이 21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20일 투자심리도가 이틀째 100을 웃도는 등 과열 징후를 보여왔다"며 "기업별로 밸류에이션(적정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고 기술적으로도 과열 양상을 나타낸 만큼 조정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