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10년 학습, 혁신으로 꽃피다'..한경블루오션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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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하려면 어떤 조직이든 학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전에 알았던 것은 버리고(unlearning) 새롭게 배워야(relearning) 한다.
이는 오랜 시간을 갖고 열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기업도 쉽지 않은 이 과정을 무려 10년간 꾸준히 실천한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전남 장성군이다.
장성군은 사회교육 프로그램인 '장성 아카데미'를 통해 전국 지자체를 선도하는 혁신도시로 탈바꿈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8일 개최한 '블루오션혁신클럽 오픈 포럼'에선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이상옥 장성군 혁신담당관 등이 주제발표를 통해 '학습을 통한 장성군의 혁신사례'를 소개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전남 장성군 장성군청 대회의실은 지역 공무원과 주민 500여명이 발산하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찬다.
'장성 아카데미'가 열리는 날이다. 강사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정상급 인사들.박승 한국은행 총재,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임권택 감독 등 각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 450여명이 인구 5만여명의 이 평범한 시골을 다녀갔다.
최고의 강사들이 매주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을 90분간 쏟아놓는 장성아카데미는 지난 1995년 9월15일 문을 열었다.
첫 민선단체장으로 취임한 전문 경영인(㈜두영 사장) 출신 김흥식 군수가 소극적인 자세에 젖어 있던 공무원들의 사고를 바꾸기 위해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낸 것.초기엔 "시골 군청에서 무슨 강연회냐" "예산낭비다"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데미 효과'는 곧 나타났다.
교육이 공무원들과 군민들의 의식을 바꿨고 의식 변화가 일어나자 아이디어가 속출한 것.장성군은 98년 '홍길동' 캐릭터를 개발해 △생가 복원 △전시관 건립 △축제 개최 등을 통해 관광사업에 나섰다.
홍길동을 내세워 다른 자치단체들이 별로 생각지 않던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장성군은 20여개 업체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적지 않은 로열티를 챙겼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관광상품 '홍길동'의 향후 가치를 연간 수백억원대로 추산했다.
모두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문화사업과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군 이미지 통일작업,재가 노인 복지서비스,토지 민원 종합전산화 등 장성군이 지자체 가운데 처음 시도한 사업들도 모두 이 학습에서 비롯됐다.
또 공무원 스스로 연구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지금까지 1370여건의 연구과제를 도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학습 효과는 공무원들의 기업유치 실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협력업체 등 유망중소기업 29개를 유치했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장성군 내 고용인력은 530명,예상투자액은 700억원에 이른다.
학습을 통해 규제철폐의 당위성을 절감한 공무원들이 2주 걸리는 허가를 하루 만에 처리하는 등 기업인들이 감동할 만한 원스톱 서비스에 나선 덕분이다.
장성군이 대표적인 지방자치 성공모델로 부상한 것도 아카데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제1회 공공부문 혁신대상(홍길동 캐릭터 개발·1999),제2회 공공부문 혁신대상(농촌형 재가 복지 시스템·2000),한국경영생산성대상(2003) 등 이제까지 모두 157개 상을 획득했다. 받은 시상금만도 99억원에 달했다.
장성아카데미를 벤치마킹하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등 비슷한 형태의 강좌가 80여개나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혁신사례를 발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장성군의 혁신은 학습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성군이 공무원 1인당 지출하는 교육비는 연간 200만원.국내 기업 교육비 지출액(2005년 엑스퍼트컨설팅조사 평균 82만원)의 2.5배나 되는 수준이다.
95년 이후 군의 지원을 받아 해외배낭여행을 다녀온 공무원 수도 900명이 넘었다. 16%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빠듯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교육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김 군수의 '콩나물 학습이론' 덕분.
그는 학습 회의론자에 대해 "콩나물에 물을 주면 밑 빠진 독을 통해 하릴없이 물이 새 나갈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며 "사람도 꾸준한 학습을 통해 서서히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양병무 원장은 "경영 마인드를 행정에 접목한 것이 장성군 혁신의 원동력"이라며 △출범 초기 경영관리팀 신설 △공무원들의 자기발전을 위한 학습조직 형성 △평가 및 성과관리시스템 정착 등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글=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