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마다 상금을 걸어놓고 그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내는 선수가 상금을 독차지하는 '스킨스 게임'은 출전자들의 골프 기량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스트로크플레이처럼 기량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됐다.


27,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트리올로지GC에서 열린 미국PGA '메릴린치 스킨스게임'(총상금 100만달러)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0),프레드 커플스(46),내년이면 시니어투어에 합류할 나이인 프레드 펑크(49·이상 미국),'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5·스웨덴)이 출전했다.


그러나 하루 9홀씩,이틀간 18홀을 치른 결과 우승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펑크였다.


펑크는 세계랭킹(38위)에서 우즈(1위)나 커플스(22위)에게 뒤지는 것은 물론 이 대회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다.


첫날 6개의 스킨(22만5000달러)을 따내며 1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펑크는 9개홀에 걸린 스킨 9개,70만달러를 독식했다.


총 15개홀 스킨,92만5000달러를 획득한 펑크는 대회 사상 최고령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대회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홀인 18번홀(파5·524야드)이었다.


이 홀에는 13번홀부터 17번홀까지 스킨의 주인을 가리지 못해 무려 55만달러가 쌓여있었다.


이 홀에서 이기는 선수가 대회 최다상금 획득 선수가 될 판이었다.


커플스와 소렌스탐은 볼이 트러블에 빠져 탈락했고,우즈와 펑크의 '버디 싸움'으로 승부가 날 상황.'단타자' 펑크는 드라이버샷을 284야드 날린 뒤 3번우드로 투온후 9m 이글퍼트를 남겼다.


우즈는 330야드의 장타력을 뿜어낸 뒤 4번아이언으로 세컨드샷을 했으나 볼은 그린 오른편에 떨어졌다.


우즈의 어프로치샷은 홀 옆 2.4m지점에 멈춘 반면 펑크는 첫 퍼트를 홀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우즈가 버디퍼트를 성공하면 연장 승부로 갈뻔했으나 우즈의 퍼트는 홀 왼쪽으로 흘러버리고 말았다.


펑크는 앞서 3개의 스킨이 누적된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15만달러를 거머쥐었다.


우즈는 전날 챙겨놓은 7만5000달러 덕분에 '빈손'은 면했지만 이 대회 사상 최다 우승(5회)과 최고 상금(351만5000달러) 기록보유자인 커플스와 소렌스탐은 단 1개의 스킨도 따내지 못했다.


펑크는 "내가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스킨스게임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