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겸 원내대표가 취임 한달째를 맞은 27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당내 분란을 잠재우고 쌀 비준안, 금산법 당론 결정 등 `뜨거운 감자'였던 현안을 비교적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 의장은 당 운영에 한층 자신감을 얻은 듯한 모습이었다. 정 의장은 회견에서 X파일 관련 특별법.특검법을 비롯한 8.31 부동산대책 관련 입법,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책 현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옳은 주장만 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서는 안된다"며 야당의 입장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탄력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최근 맥아더 동상 철거나 강정구 교수 파문 등을 계기로 불거진 당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선 "(사회에 포진해 있는) 구(舊)좌파세력과 분명한 금을 긋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 의장은 또 취임 후 한달간을 "당의 희망을 만들어온 기간이었다"고 자평하고 "여당은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나 여기저기 흩어진 `게릴라부대' 같은 모습이어서는 안되며, 모든 여당의 정책이나 행동은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교하게 조직된 정예부대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당 운영방향과 관련해선 "12월 한달 동안 (당의 문제점에 대해) 심층 진단을 한 뒤 비상집행위원회 안에 5개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제2 창당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면서 "마음은 급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 그렇지만 결단이 필요할 때는 주저 않고 결단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정의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여당이 국민에게 어필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계획하고 내세운 목표가 달성됐느냐 여부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당이 결속하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 국민이 희망을 가질 것이다. 지난 23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일부를 개정한 것이 그 시발점이다. 비상집행위원회내 5개 소위원회가 준비를 더 열심히 하면 내년 2월 18일 예정된 전당대회도 성과 있게 진행될 것이다. 또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선정한 11대 과제가 성과 있게 마무리되면 국민도 평가해줄 것이라고 본다. --X파일 관련 특별법, 특검법 동시처리를 제안했는데. ▲특별법은 X파일을 공개하는 절차이고, 특검법은 내용 공개 후 문제되는 부분을 검찰 또는 특검 중 누가 수사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진실위원회가 X파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공개되는 부분 중 검찰이 수사하되, 필요하면 특검을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을 수용하지 못할 일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둘 다 같이 할 수 있고, 절충할 수도 있다. --차기 대선 주자 복귀 문제에 대한 생각은. ▲차기 주자들이 복귀해서 당에서 활동하면 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힘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상대책위원회도 열심히 하고, 두 분의 잠재적인 대권주자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양상이다. --당.정.청 소통 관계 정비하겠다고 했는데. ▲당정관계는 당정협의를 효율적으로 광범위하면서도 심도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 과거처럼 당정협의가 미진해서 정부가 어떤 발표를 했는데 나중에 당이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당.청관계는 정책적, 정치적 측면에서 필요할 때 소통을 원활하게 하면 그 자체로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완비됐다고 하지는 않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점차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구좌파세력'과 분명한 금을 긋는다는 의미는. ▲우리 스스로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국민에게 그렇게 비친 부분이 있었던게 아닌가. 우리는 개혁세력이지만, 이상하게 국민과 언론에서 가끔 이상하게 표현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선언하는 의미이다. --공수처 신설은 포기했는가.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야당이 협의조차 제대로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타협에 의해 안이 도출될 수 있다면 부족하더라도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공수처가 변형된 형태의 기구로 대체될 가능성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신규공급주택 가격의 거품 제거 의미는.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있지만, 아직 검증된 내용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외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기획단에서 투기를 잡고 신규공급 주택가격을 떨어뜨리는 안을 논의할 것이다. --LNG(액화천연가스) 특소세율 인하 문제는. ▲진지하고 심도있게 당정간 협의 중이다. 당 의장이 하나하나 언급할 일은 아니고, 상임위인 재경위를 통해서 논의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