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 캐주얼 브랜드 '에고이스트'는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신화'로 일컬어진다.


1999년 9월 도쿄 '시부야109' 매장에서 월 22억원의 매출을 올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비롯 2001년 에고이스트를 한국에 들여온 아이올리사는 1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연간 매출 7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신화의 밑바탕에 동대문 패션타운이라는 한국 재래시장의 힘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99년 여름.에고이스트 전담 프로듀서인 와타나베씨는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 없이 동대문시장을 찾았다.


원단 시장의 풍부한 '색(色)'과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디자인을 사흘 만에 상품으로 생산해낼 만큼 빠른 기동력이 그를 동대문으로 끌어들였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와타나베씨의 일정은 늘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원단을 구입하고 도매상인을 통해 샘플 제작을 의뢰한다.


수요일께 샘플이 완성되면 이에 기초해 상품을 만들고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간다.


금요일께 시부야109 매장에 진열하는 것으로 '동대문 잠행'은 끝난다.


에고이스트가 96년 첫 매장을 열었을 당시에는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겪었지만,98년 9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한순간에 소비자들로부터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비결은 다품종 소량 기획생산.매장 도착 1개월 내 전부 판매한다는 무재고 전략도 주효했다.


단 4장밖에 없는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 94년부터 동대문 도매시장과 거래관계를 터왔던 와타나베씨에게 동대문은 에고이스트의 전략을 성공시킬 최적지였던 셈이다.


동대문과 에고이스트의 '밀월 관계'는 2000년 이후 종료됐다.


하지만 에고이스트는 또 한번 한국을 통해 성공 신화를 이루게 된다.


에고이스트 수입사인 아이올리가 2001년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한국 상륙에 나선 것.


에고이스트는 한국 패션업계에 '영 캐릭터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상품군을 탄생시키고 '에고이스트를 입으면 몸매가 된다는 얘기'라는 인식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