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수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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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철이 되면 부모의 정(情)은 애끓는다.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의 지극 정성은 추위까지 녹일 정도로 간절하다.
얼음같이 찬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몇 시간이고 기도를 올리는가 하면,효험이 있는 곳이라면 천리길도 마다않고 달려간다.
학교 정문에 엿과 찰떡을 덕지덕지 붙이는 그 손길들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자녀교육이라면 돈과 시간은 물론 자신까지도 희생하는 것이 이 땅의 부모들이다.
자녀의 공부시간을 아끼기 위해 운전사를 자처하는가 하면,과외비를 벌기 위해 파출부로 나서기도 한다.
아예 생업을 집어 치우고 자녀유학 이민길에 나서기도 한다.
유대인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열성이라지만 우리 부모보다 더할 것 같지는 않다.
수험생들 역시 부모를 가장 큰 원군으로 생각한다.
최근 온라인 교육사이트인 '비타에듀'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누구의 응원이 제일 큰 힘이 되는가'라는 설문에 응답자의 65%가 '부모님 등 가족'이라고 답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가족들의 성원 속에 오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수험생들은 긴장과 초조 속에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수능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시험결과에 따라선 희비가 교차할 게 뻔하다.
인생의 앞길이 열린 듯 기뻐할 수도 있고,암담하게 보일 수도 있다.
설사 기대에 못미쳤다 해도 전혀 낙담할 일은 아니다.
희망과 고난,그리고 선택의 순간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인생의 긴 여정에서 보면 수능은 한 과정에 다름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도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인데,시험결과에 안주하거나 좌절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녀가 가치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데는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크다.
맹목적으로 열정을 쏟기 보다는 자녀 스스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사랑과 신뢰를 주는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학부모와 수험생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수능은 단지 공부의 시작일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